/도토리 기획, 문병두 그림, 보리/밀리센트 엘리스 셀샘 글 마를레너 힐 던리 그림, 비룡소
우리 나라는 공룡 천국이었다고 한다. 발자국이 많이 발견되었다. 겨우 발자국 가지고 무엇을 얼마나 알아낼 수 있을까 했다. 그런데 걸음걸이, 속도, 행동습성, 군집생활과 같은 생태를 알 수 있다니 공룡의 발자국은 우리를 쥐라기나 백악기 공원으로 데려다 주는 그림문자나 암호인 셈이다.
'야, 발자국이다' (도토리 기획, 문병두 그림, 보리)
는 우리 산과 들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의 발자국과 똥을 보고 무슨 짐승인지 알아내는 그림책이다. 눈에 찍힌 발자국과 그에 대한 묘사를 펼친 그림 한 장으로 보여 주고 뒷장에는 동물 똥의 모양과 그 속에 들어 있는 뼈나 털, 씨를 살펴본 뒤 '나야 나, 청설모야'라고 가르쳐 준다. 고라니, 너구리, 멧돼지 등 여덟 가지 동물을 같은 형식으로 각각 두 장씩 다루고 있다.
'누구 발자국일까?' (밀리센트 엘리스 셀샘 글, 마를레너 힐 던리 그림, 비룡소)는 좀 더 흥미롭게 시작한다. 이 책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자연 탐정이 된다.
아이들이 동물들이 남긴 흔적을 통해 '어떤 동물이 여길 지나갔을까? 어디로 간 거지? 여기서 무엇을 했을까? 도대체 뭘 먹었을까?' 를 알아내는 과정을 개와 고양이의 발자국을 비교해 보여준다. 모양은 비슷하지만 개는 발톱이 보이는 반면 고양이는 그렇지 않고, 개는 두 발자국이 나란히 찍히지만 고양이는 마치 두 발 짐승이 걸어간 것처럼 한 줄로 생긴다고 한다.
토끼의 발자국을 다룰 때는 뒷발과 앞발이 찍힌 순서를 보고 토끼가 뛰어간 방향을 알아낸다. 발자국이 점점 드문드문해 진 것은 여우에게 쫓기느라 토끼가 높이 뛰기 때문이다. 결국 한 짐승의 발자국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발자국을 통해 그 동물이 자연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연결시킨다. 모든 동물의 그림은 발이 잘 보이게 그려 발자국과 비교할 수 있다. 발자국은 눈 위뿐만 아니라 진흙, 모래, 마루바닥 등 다양한 곳에 남아 있다. 동물을 알아내는 단서로 울음소리와 냄새도 있다고 하면서 아이들이 더 알아볼 수 있는 길도 열어 놓는다.
'누구 발자국일까?' 에 비하면 '야, 발자국이다' 는 그림이 평면적이다. 눈 덮인 자연을 배경으로 한 그림은 배경이 오히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동물은 너무 작게 그리고 심지어 수달은 물에서 얼굴만 내놓고 있으니 각 동물을 그의 흔적과 비교해볼 수 없어 그림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적다.
외국 그림책의 홍수 속에 우리 나라에 사는 동물을 다룬 우리 책이라는 점만으로도 그 가치를 높이 사던 때는 이제 지나지 않았을까.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그걸 어떻게 이용하고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하도록 만드는 책, 호기심을 자극하여 다른 책으로 유도하는 책, 그런 우리 책을 기대해 본다.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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