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대구 수성구 성동 경부선 하행선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열차 추돌사고는 지하철방화참사의 아픔이 아직도 생생한 가운데 또다시 대구에서 발생한 대형사고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의 원인이 기관사와 역무원들의 어처구니없는 부주의로 드러나 '안전불감증'을 또 한번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사고원인 우선 이번 사고의 1차적 책임은 기본적인 신호체계조차도 제대로 모른 채 열차를 운행한 화물차 기관사로 드러났다. 문제의 구간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신호기 공사로 자동제어 대신 역과 기관사간 무전에 의한 '통신식 수신호'로 바뀌었으나 화물차 기관사는 이를 착각, 신호기에 빨간불이 왔다는 이유로 열차를 정지시켰다. 열차는 평소 자동제어신호기에 따라 운행하지만 공사구간 등에는 '통신식 수신호'로 변경되게 되는데 이때 모든 신호는 빨간불이 들어오게 된다.
화물차 기관사 최태동(50)씨는 경찰조사에서 "고모역에서 '통신식 수신호'라는 운전명령을 받았으나 착각해 정지신호를 꼬박꼬박 지키며 멈칫멈칫 운행하다 사고가 났다"고 진술, 자신의 과실을 인정했다.
고모역은 기본수칙조차도 준수하지 않았다. '통신식 수신호'로 운행할 때 사고구간 열차운행 통제권을 가진 고모역은 인접역에 확인해 선행 열차가 통과한 사실을 확인한 뒤 후속열차를 진입시켜야 하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근무자는 "당연히 통과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면 고모역 관계자는 철도청 부산지역사무소 운전사령실로부터 무궁화호 열차의 대기 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진입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무궁화호 열차 기관사의 주의태만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제의 구간은 공사로 서행구간이었고 사고가 난 지점은 직선로로 전방을 조금만 주의 깊게 봤어도 정차한 화물열차를 발견, 추돌을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게 현장을 본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사고현장 무궁화호 열차는 추돌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듯 6호 객차 앞 부분이 크게 부서졌다. 객차 내부는 유리창과 화물 선반, 좌석 등이 크게 부서지고 찌그러져 있어 추돌 당시의 충격을 짐작케 했다. 승객들은 추돌 순간 앞좌석과 통로 등으로 퉁겨져 나갔고 곳곳에서 "살려달라"는 비명과 좌석 사이에 낀 부상자들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승객 10여명은 좌석과 좌석 사이에 몸이 낀 채 장시간 구조를 애타게 기다렸다. 구조작업이 늦어지자 사고현장 주변의 유가족과 승객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다.
6호 객차 뒷 열에 타고 있던 승객 양우준(35)씨는 "열차가 천천히 달리다 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함께 아수라장이 됐다"며 "승객들이 달려들어 구조하려 했으나 장비가 없어 일부만 꺼냈다"고 말했다.
/대구=유명상기자 msyn@hk.co.kr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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