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로 가다 /아사다 지로 지음·양윤옥 옮김 베텔스만 발행·전2권 각권 8,500원'10일 간 파리 최고급 호텔에서 묵기'로 두 가지 여행 상품이 나와 있다. 스위트룸에서 잠을 잘 수 있는 '포지티브' 상품과 호텔 지하 와인 창고를 개조한 방을 써야 하는 '네거티브' 상품. 영화로 잘 알려진 '러브레터'('파이란'의 원작)와 '철도원'의 작가 아사다 지로(52)의 장편 '파리로 가다'의 첫 장면이다. 두 상품의 여행객들이 파리로 떠났다. 상사와의 불륜 끝에 정리해고를 당한 여자,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공장이 도산해 부채를 떠안게 된 중년의 부부, 떠나버린 프랑스 애인을 찾아온 트랜스젠더…. 이들의 사연이 날실로, 한때 아름다운 성이었던 호텔에 전해오는 17세기 루이 14세와 연인 디안느의 사랑이 씨실로 엮인다. 모든 인생은 긍정(포지티브)와 부정(네거티브)의 교직이라는 소박한 교훈이 유쾌한 이야기 속에 담겨있다.
가족 사냥/ 텐도 아라타 지음·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발행·전2권 각권 8,800원
일가족이 시체로 발견됐다. 부모와 할아버지는 잔인한 고문 끝에 죽었고, 학교 가기를 거부하던 중학생 아들은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평온한 것처럼 보였던 가정은 실은 억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사건을 담당한 형사의 가족도 불구의 모양이다. 엇나가던 아들은 교통사고로 죽었고 아내는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며 딸은 가출했다. 일본 소설가 텐도 아라타(43)가 그리는 가족의 초상은 이토록 소름 끼치는 것이다. 가족은 모두 다 입을 모아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웃음짓지만 그것은 가면이다. 문장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듯한 잔인하고 폭력적인 살인 장면에 작가가 담은 것은 가족이 해체되는 현대 사회의 비극이다. 사실적 묘사, 긴장감 있는 구성, 속도감 있는 문체 등으로 무장돼 무거운 내용에도 빠르게 읽힌다. 무라카미 류, 야마다 에이미 등 동시대 작가들에게서 격찬을 받는 뛰어난 추리소설가답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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