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4월 술자리' 등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남으로써 양 전 실장의 '거짓말 논란'이 청와대의 '거짓말 논란'으로 옮겨 가고 있다. 또 키스나이트클럽 공동소유주인 이원호씨가 "지난해 11월 양 전 실장을 만났다"고 밝힘에 따라 두 사람 사이의 '인연'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오래 됐다는 의혹이 생겨나고 있다. 만일 양 전 실장이 이씨를 지난해부터 알고 있었다면 "청탁은 성공하지 않았다"라는 청와대 발표에 의문이 나올 수 있다.'4월 술자리' 은폐 논란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 5일 재조사결과를 발표하며 투명성을 한껏 강조했지만 '4월 술자리'를 파악하고도 발표하지 않았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7일 "재조사 당시 양 전 실장을 추궁한 결과 4월17일에도 이씨와 술자리에서 인사를 했던 것을 알았다"라며 "그러나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해 6월28일의 술자리 조사발표에 치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 수석은 5일의 재조사결과 발표 때 "6월 술자리에서 양 실장이 알던 사람은 오원배 민주당 충북도지부 부지부장 뿐이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오 부지부장이 그런 자리를 빌어 이씨를 양 실장에게 소개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른다"라고도 말했다. 문 수석은 '4월 술자리'가 알려지자 "내가 말한 취지는 '제대로 아는 사람은 오 부지부장 밖에 없었다'는 뜻"이라며 "일면식 정도를 안다고 할 수 있나"라고 반론했다.
즉, 문 수석은 '4월 술자리'를 '문제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양 전 실장이 이씨를 알고 있었던 사실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괜히 '4월 술자리' 사실을 발표할 경우 쓸데없는 의혹만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로 인해 청와대 발표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6월 술자리'에 당초 공개된 노무현 대통령의 친구 정화삼씨 외에 또다른 부산상고 동기생 이모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점도 그렇다. '이씨가 로비를 위해 집요하게 양 전 실장 및 대통령 주변인물을 만나려고 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언제 처음 알았나
이원호씨가 "지난해 11월 노 대통령이 청주를 방문해 리호관광호텔에서 잤을 때 노 대통령과 인사를 했고, 이때 양 전 실장도 처음 만났다"고 밝힌 것도 청와대 발표의 신빙성을 흔들고 있다. 이날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당시 리호관광호텔에서 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호텔사장과 인사를 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확인되지 않고 양 전 실장이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광주 지역을 담당하고 있던 양 전 실장이 청주에 왔을지도 의문"이라며 이씨의 주장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현재 양 전 실장이 연락이 안돼 이씨의 주장은 확인이 안 되고 있다. 또한 이씨가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았다는 것은 이씨가 평소 민주당측 인사와 많은 교분을 갖고 있었다는 정황증거이기도 하다. 때문에 경찰의 내사 압박이 오고 있을 때 평소 알던 오 전 부지부장과 양 전 실장을 통해 로비에 힘을 쏟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고 4월, 6월 술자리도 그런 일환이지 않았겠느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4월 술자리'사실이 알려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양 전 실장의 사표 수리로 마무리를 기대했던 사건이 '거짓말 논란'까지 덧붙여지면서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본인도 그렇지만 양 전 실장의 가족들이 이 사건으로 맘고생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청탁을 들어준 바가 없다고 밝혔는데 파문이 계속 확대되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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