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락마사지의 인기가 사그러들 줄 모른다. 웬만한 피부관리실이면 빠지지 않고, 전신마사지 1회에 30만∼50만원씩 받는 곳도 있다. 경락마사지가 보급된 지는 오래지만 최근 3∼4년새 "큰바위 얼굴을 조막만하게 만든다"는 체험적 미용효과 얘기가 퍼지며 관심이 끊이지않는다. 특히 여성 탤런트, 아나운서들의 미용 비결로 알려진 것이 계기.중년여성들은 동창 모임에서 "얼굴에 신경 좀 써라"는 말을 듣고, 예비신부는 결혼 전 40일 스킨케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사지를 시작하곤 한다. 출산한 딸이나 며느리에게 부기가 잘 빠지라고 10회 쿠폰을 끊어주는 부모도 있다. 얼굴, 등, 복부, 발 등 부위별로 받을 경우 회당 1시간 정도, 10회에 50만원 안팎이다. 몇 달씩 꾸준히 받으면 놀랍게도 얼굴형이 바뀐 것을 실감하는 사례가 많다. 어떻게 얼굴을 작게 만들까?
경락마사지를 말 그대로 풀어보면 기가 흐르는 경로인 경맥과 낙맥을 문질러 순환을 좋게 하는 마사지다. 시술자들은 그 효과를 경락을 따라 있는 임파선을 자극함으로써 노폐물을 배출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 장기적으로 근육을 고루 펴 비뚤어진 얼굴형·체형을 바로잡아준다는 등으로 설명한다.
리빙경락의 이나영 원장은 "골격까지 변형시키거나 직접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는 없다. 그러나 근육과 피부의 미묘한 변화만으로도 얼굴형은 달라진다"고 말한다. 보톡스 주사로 근육을 마비시켜 턱선을 갸름하게 하는 성형과 같다는 설명이다. 성형외과, 피부과의 엔더몰로지 시술 효과에 비유되기도 한다. 스파 유비아의 김선희 원장은 "경락마사지는 지방층(셀룰라이트)을 꾹꾹 눌러 잘 안 빠지는 군살을 다듬는 엔더몰로지와 비슷하다"며 "둘을 함께 시술하면 체형교정 효과가 더욱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마사지의 강도는 경락을 자극하는 정도가 아니다. 처음 받으면 소리를 내지를 정도로 아프고 곳곳에 피멍이 남는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보호원은 경락마사지를 받은 뒤 난소출혈을 일으킨 상담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재활의학과 박시복 교수는 "피멍은 조직이 손상됐다는 것이며, 오히려 반사작용으로 근육을 더욱 긴장시킬 수 있다"며 "마사지는 분명 통증을 덜고 근육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지만 반드시 자극이 강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1996년부터 두개골 경락마사지를 교육, 보급해 온 사단법인 한국사회체육진흥회의 송기택 회장은 "1시간 이상의 마사지는 오히려 근육을 너무 이완시켜 노곤하게 만든다"며 "경락마사지와 운동을 병행해 근력을 키워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 꽃마을한방병원 한방2내과 주입산 과장은 "연골이 많은 무릎관절 주위 마사지와 임신부에 대한 마사지는 주의해야 하며 암, 출혈, 급성전염병, 피부병, 화농성 관절염이 있을 경우 받아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사진=최흥수기자
●경락마사지 체험해보니
마사지를 받으며 쉬어보자? 직접 체험해 본 경락마사지는 이런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몸에 아로마 오일을 바르고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도구를 이용해 근육의 결을 따라 문지르기 시작했다. 곧 시원함을 넘어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짓눌렀다. 평소 뻣뻣한 부위일수록 통증이 심했다. 온 몸이 바짝 긴장됐다. 그러나 "뭉친 근육이 메추리알, 아니 타조알만하네요"라며 가차없는 손길이 이어졌다. 약 1시간의 마사지가 끝난 뒤 등은 벌겋게 부어올랐고 얼얼하게 마비된 느낌이었다.
다음날 개운한 아침에 대한 기대는 다시 배신당했다. 하루종일 몸이 무겁고 등이 얼얼해 눕고만 싶었다. 의사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경희대한방병원 재활의학과 이종수 교수. "멍들 정도로 센 지압은 오히려 근육에 스트레스를 주고 피로물질인 젖산을 만들어 몸이 더욱 힘들다. 다만 이를 반복하면 신체가 적응할 수는 있는데 마사지에 중독되는 셈이다." 하루가 더 지나자 통증은 한결 나아졌다. 쓰지 않던 근육을 자극해선지 목과 팔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진 것을 느꼈다. 굽은 어깨가 펴진 것은 예기치 않았던 효과였다.
그러나 효과를 보려면 고통은 몇 개월…. '성형수술도 않고 예뻐진다'고 반기는 마음이라면 이쯤 참을 수 있으리라. 그렇지 않다면? 그냥 집에서 스트레칭운동이나 열심히 해야지.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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