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8월 5일자 14면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미국 국무부 콜린 파월 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도 2기 내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백악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두 사람은 불쾌한 표정으로 "난센스"라고 일축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가 흥미로운 것은 국무부 온건파와 국방부·백악관·국가안보회의(NSC)·국무부 내 강경파의 세력 다툼이 고개를 내민 사례이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네오콘의 국무부 쿠데타'라고 분석했다.
네오콘(Neocon)이란 아시다시피 네오콘서버티브(Neoconservative·신보수주의자)의 줄임말이다.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비롯한 강경 우파들이 조기사퇴설을 흘림으로써 파월 등을 흔들어 국무부까지 완전 접수하려는 야욕을 드러낸 시도라는 것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네오콘에 관해서는 2001년 아들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온갖 얘기가 무성해졌지만 그 뿌리는 매우 깊다. 깊을 뿐 아니라 결정적이고 심각하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언제 시작됐을까? 2003년 3월 20일. 맞다. 그날 미군 토마 호크 미사일이 바그다드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나 좀더 연원을 따져 보자. 전쟁 발발 여섯 달 전인 2002년 9월 백악관은 '미국의 국가안보 전략'이라는 문건을 내놓는다. 이 문건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적성국가와 테러조직에 대한 선제공격 정책을 선언했다. 이라크전은 그 실천이었다.
그러나 '…전략'은 다시 10년 전(1992년) 국방부가 선제공격 정책을 최초로 명시한 '국방정책지침'의 그저 그런 변주에 불과하다.
이라크전을 예고한 이 선구적 지침은 누가 만들었던가? 당시 국방부의 폴 월포위츠와 루이스 리비다. 총책임자는 딕 체니 국방장관이었다. 월포위츠는 현재 국방부 부장관이고, 리비는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통령으로 꼽히는 체니의 비서실장이자 국가안보보좌관이다.
이들의 구상은 이후 2001년 9·11 테러가 터지면서 속속 실현된다. 세 사람은 클린턴 시절 행정부에서 밀려나 있는 동안 도널드 럼스펠드 현 국방장관 등과 함께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The Project for the New American Century·PNAC)'라는 기관을 설립한다. PNAC는 97년 발표한 '강령'에서 레이건 시대의 외교·안보 정책을 극찬하면서 "다음 세기(21세기) 우리의 안보와 위대함을 확보하기 위해 국방비를 괄목할 정도로 증가시키고 군사력을 끊임없이 현대화하며, 우리의 이익과 가치에 적대적인 체제에 도전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미국은 헤게모니를 넘어 절대적 지배권(Supremacy 또는 Imperium)을 추구해야 한다는 선언이었다.
PNAC 서클을 중심으로 한 네오콘은 구(舊)보수주의자(Paleoconservative)와 달리 미국의 절대권 확보를 위한 대외 개입에 극도로 적극적이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바로 그 표현이다. 무기·석유업체들과도 긴밀히 연계돼 있다.
네오콘들은 딜레탕트적인 몽상가나 이론가가 아니다. 실무적으로 극히 유능하고 명민하기 이를 데 없으며 세계전략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다. 특히 '하느님이 선택한 자유의 나라 USA'에 대해 강렬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못 말릴 확신에 찬 네오콘들과 북한의 옹색한 모험주의자들이 충돌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곤혹스럽다.
이 광 일 국제부 차장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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