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단정한 머리 스타일의 얌전한 사나이지만 정의를 위해 힘이 필요할 때면 푸른색 타이즈 위에 빨간 팬티를 덧입고 망토를 휘날리며 하늘을 날아오르는 슈퍼맨. 악의 무리로부터 지구를 구출해 내는 영웅이고, 세계를 향한 미국인들의 자존심이던 슈퍼맨. TV시리즈 이전에 만화 주인공으로 1938년 태어났으니 슈퍼맨은 이미 환갑을 넘긴 할아버지가 되었다.20세기, 만화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해주는 환상의 세계였고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부적응증을 앓고 있는 대중에게 새로운 힘을 주는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특히 미국 만화에 등장하는 슈퍼맨과 같은 슈퍼 히어로들은 미국인 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린이와 청소년의 꿈과 환상을 채워주었다.
Q채널이 9일 밤 11시 방송하는 '만화 속 영웅, 슈퍼 히어로'는 미국 대중문화산업의 한 축을 이루었던 만화 속 영웅들의 이야기를 모은 다큐멘터리다. 미국 만화산업을 지탱해 온 만화 속 영웅(슈퍼 히어로)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특정 시대와 어떤 연관을 맺고 있었는지를 살핀다.
슈퍼맨을 탄생시키며 미국 만화 산업을 주도한 DC코믹스사는 슈퍼맨의 히트에 이어 배트맨, 원더우먼, 플래쉬맨 등을 잇따라 탄생시켰다. 불의에 저항해 싸우는 만화 속 영웅들은 미국, 미국인들과 동일시되곤 했고, 미국인의 이미지를 '정의의 사도'로 형성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슈퍼맨으로 위대한 영웅 탄생의 서곡을 울린 미국 만화는 배트맨을 통해 범죄에 맞서는가 하면,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식 애국주의를 퍼뜨리기도 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들의 적은 독일군, 일본군, 공산주의자 등으로 변해간 것을 보면 만화 속 영웅들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후 영웅들은 개인적 비극이나 아픔을 간직한 인간다운 면을 보여주면서 환상 속의 영웅이 아닌 일상의 삶 속에서 대중과 공존하는 모습으로 변해갔다. 헐크가 바로 그런 영웅 중의 하나이다. 또 핵 시대의 위협을 예고하듯 '엑스맨' 등에 등장하는 영웅들이 변종인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만화는 철저히 대중적 코드이다. 미국에서 유행한 만화는 일본으로 진출했고, 이는 일본의 만화 산업을 발달시키는 동인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이들을 소재로 만들어진 TV시리즈나 영화가 들어오면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만화 속 슈퍼 히어로'의 탄생과 영웅담을 보며 부모와 자녀 세대가 가진 만화에 대한 생각을 같이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만화 속에 숨어있는 세계사를 같이 생각해 본다면 더욱 유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공희정 스카이라이프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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