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게 쪼개야 팔린다.' 최근 슈퍼마켓, 할인점, 백화점 식품 코너 등 신선 식품을 취급하는 대형 점포의 화두는 '잘게 쪼개기'다. 과일, 축산물, 수산물, 야채류 등 신선식품을 잘게 나눠서 파는 '소분(小分) 식품'이 인기를 끌면서 업체마다 분할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시작된 소분 상품은 이제 할인점과 백화점의 식품매장으로까지 확대 돼 신선식품의 새로운 판촉 기법으로 자리매김했다.LG슈퍼는 배추, 무, 양배추, 단호박 등 야채류는 물론이고 한우, 돼지, 닭 등 축산물과 연어, 대구 등 수산물에 이르기까지 40여종의 신선 식품을 분할 판매한다. LG슈퍼의 44개 점포에서 판매하는 수박의 경우 지난해 7.2%에 그쳤던 소분 상품 비율이 올해는 14.7%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축산물도 지난해 12.4%에서 올해는 16.4%로 소분 상품 판매비중이 증가했다. LG슈퍼는 현재 40여종인 소분 상품 수를 조만간 80여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화마트 9개점과 한화스토어 21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주)한화유통도 2000년 단품 관리 코드를 구축을 완료한 이후 소분 상품에 대한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스토어는 파, 배추, 부추, 무, 호박 등 신선식품을 2분의 1쪽이나 4분의 1쪽으로 세분화 하는 것은 물론 중량 단위까지 1㎏, 1.4㎏, 2.4㎏ 등으로 나누고 있다. 이 회사는 전체 판매 양의 10∼15%가 소분 상품이다.
'묶어 팔기'를 애용해온 할인점들도 신선 식품에 한해서는 '쪼개 팔기'로 판매 전략을 전환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몇 년 전부터 수박 등 일부 큰 과일은 2분의 1쪽을 소분 판매해 오다 최근에는 4분의 1쪽으로 더 세분화 했다. 또 예전 200∼300g 단위로 팔던 청과류도 요즘에는 100g 단위로 바꿨다. 한 마리에 1,600원인 생선의 경우 상품을 깨끗하게 손질한 뒤 반마리 당 950원에 팔고 있다. 이런 소분 판매로 이마트는 청과류의 경우 20%, 수산물은 15% 정도 매출이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바나나를 제외한 과일 일체와 야채류, 찬반류, 양념류, 구이류 등을 낱개 판매한다. 해물탕이나 깐마늘, 청양고추 등도 소포장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판매 단위를 소규모로 조정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판매 전략 수정에 힘입어 홈플러스의 매출은 20% 가량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다양한 종류의 야채를 작게 포장한 '모듬야채'를 판매하고 있다. 오이 당근 고추 마늘 양파 감자 파 고구마 등을 1∼2개씩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할인 판매하는 것으로 7월 출시 이후 전점 기준 하루 500만원 이상 팔리고 있다.
그랜드마트도 소포장 상품의 비중이 지난해 20∼30%에서 올해는 40%선까지 높였다. 반 토막, 낱개 판매의 호응이 높자 그랜드마트는 6개 묶음 단위(4,020원)로 판매했던 생수를 낱개(670원)로 팔고, 라면도 5개 들이 대신 낱개로 팔고 있다.
이처럼 소분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가족 구성 형태가 핵가족, 맞벌이 가족으로 급속히 전환하면서 식품 구입 패턴이 고급화, 소량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기호가 예전처럼 한번에 대량으로 구입하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양만 수시로 구매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불황까지 겹치면서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소량 구매의 장점이 더욱 돋보이고 있다.
업체 입장에서도 소분 판매는 적잖은 이점이 있다. 우선 주부들이 자주 매장을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유통 기간을 줄임으로써 보다 신선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주부들이 물건을 직접 구입하기 때문에 판매원 수도 줄이는 부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유통업체들은 소분 판매의 경우 재고 부담과 쓰레기 처리 비용을 감안해 정상가보다 4∼5% 정도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 예를 들어 1통에 1만1,000원 하는 수박을 2분의 1쪽으로 판매할 경우 실제 판매가는 절반인 5,500원 보다 약간 높은 5,800원 정도로 책정한다. 또 4분의 1쪽을 낸 경우에도 정상가 2,750원보다 약간 비싼 3,000원 안팎에 판매한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소분 상품은 가격 비율 면에선 정상품보다 약간 비싼 편이지만 신선한 양질의 제품을 필요한 만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경제적인 구매"라며 "앞으로 생활 패턴의 선진화와 비례해 소분 상품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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