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계곡에서 한나절을 푹 쉬고 싶다. 그러나 절정에 접어든 휴가철. 선뜻 집을 나서기가 겁난다. 가까운 곳에 갈 만한 곳은 없을까. 혹 숨겨진 비경(秘境)은 없을까. 경기 양평군 용문면 중원계곡으로 가보자.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인근 용문산의 명성에 가려진 덕분에 오히려 사람 손을 덜 탄 보석으로 남아있다. 등산에 자신이 있다면 계곡 뒤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도일봉에 올라보자. 왕복 3∼4시간의 발품만 들이면 후회할 게 없다. 중원계곡 입구에 규모는 적지만 취사와 야영이 가능한 주차장이 있다. 텐트를 챙기는 것을 잊지 말자. 주변에 민박을 겸하는 음식점이 많으니 취사도구는 선택사항이다.출발 88대로와 하남을 지나 팔당대교를 건넌 뒤 6번 국도를 따라 양평방면으로 향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코스. 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옆 하남톨게이트로 빠져 나와 팔당대교를 지나도 된다. 용문터널을 지나 동물공원이 있는 용문휴게소에서 잠시 쉰다.
여기서 1㎞ 가량 지나 용문산관광지 표지판을 따라 나온뒤 곧장 좌회전하고 이어 운요천온천을 만나 500m를 더 가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직진하면 용문사, 우회전하면 중원계곡이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시골마을. 하지만 이제부터 펼쳐지는 계곡에는 피서를 즐기는 인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교행이 힘든 소로를 따라 들어가면 막다른 길에 다다른다. 6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과 취사, 야영이 가능한 300여평의 공터가 나온다. 더 이상 길은 없다. 텐트를 치고 본격적인 휴식에 들어간다.
중원계곡 용문산 동쪽에 위치한 중원산과 도일봉 사이로 흐르는 깊고 맑은 골짜기다. 길이만 6㎞에 달하며 가뭄에도 수량이 많고 홍수때도 물이 깨끗하다. 정수과정을 거치지 않고 생수통에 넣어 판매해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수질보호를 위해 계곡에서의 취사와 야영은 엄격히 금지된다. 맑은 물에서만 자란다는 돌메기낚시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길이 15㎝ 남짓한 돌메기를 잡기 위해 계곡바위 밑으로 집어넣은 낚싯줄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띤다. 밤에 특히 잘 잡힌다.
중원폭포 계곡 입구 관리사무소 뒷편으로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 20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옷을 적실 각오는 해야 한다. 아예 맨발로 걷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계곡까지 가는 길은 나무가 우거져 한기가 느껴진다. 폭포근처에 다다르면 우렁차게 쏟아지는 폭포수의 소리가 장쾌하다. 낙차 2∼3m의 3단 폭포가 10m 이상 펼쳐진다.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물줄기가 힘차 보기만 해도 절로 시원해진다. 한길이 넘지만 바닥까지 훤히 비치는 옥색빛 고운 선녀탕, 병풍처럼 드리우고 있는 기암절벽. 양평 최고의 폭포라는 찬사가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도일봉 등산 등산을 계획했다면 이보다 1∼2시간 정도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폭포에서 계곡을 거슬러 5차례 물을 건너야 하는 등산코스가 특이하다. 올라가는 길에 치마폭포, 세류폭포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도 많아 지루하지 않다. 정상(864m)에 서면 동북으로 강원도 홍천, 남으로는 양평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점심 중원계곡 주차장에 마련된 30평 남짓한 공간에선 취사가 허용된다. 7∼8개동 규모의 야영장도 있지만 일찍 자리를 잡아야 한다. 취사가 여의치 않으면 음식을 사먹을 수도 있다. 원조집(031-773-4232), 청솔농장(772-7800), 맨윗집(775-0467), 도일봉먹거리(773-3998), 쌍둥이민박(773-2188) 등 10여개 집에서 민박과 음식점을 겸하고 있다. 산채백반, 닭도리탕, 오리구이, 손두부, 버섯전골 등이 대표적이며, 돌메기매운탕은 별미다.
돌아오는 길 갔던 길과 다른 길을 택하는 여유를 가져보자. 6번 국도를 바로 타지말고 용문시내로 가는 우회도로를 방향을 잡는다. 철도 중앙선과 나란히 가는 이 길은 옆으로 흑천이 흐르고 있어 드라이브코스로 딱이다. 13㎞ 가량 가면 6번 국도와 다시 만난다. 2∼3㎞를 달리다가 이번에는 양평읍내로 빠져 양평대교로 방향을 튼다. 양평대교를 지나면 양평군 강상면. 남한강 아래로 나있는 88번 국도를 따라 바탕골예술관을 지나 퇴촌까지 오면 45번 국도와 만난다. 이 도로를 따라 광주방향으로 내려가다 중부고속도로 경안IC를 타고 서울로 들어간다.
/글·사진=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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