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게 수사무마 청탁을 한 키스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50)씨의 살인교사 혐의에 대해 내사를 해오다, 향응 파문 보도가 나온 직후에야 '내사 사건부'에 공식 기재한 사실이 드러나 그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청주지검은 7일 "이씨 살인교사 혐의에 대한 내사를 지난 1일 사건부에 정식 등재했으며, 이후 참고인 등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일단 내사중지시켰다"고 밝혔다. 추유엽 차장검사는 "애초 첩보를 입수한 검사가 내사를 해왔으나 인사이동이나 전담 업무 변경 시 인수인계가 안되면 (사건이)흐지부지될 우려가 있어 정식 내사 사건으로 등재했다"며 "그러나 살인 사건 관련자의 소재불명을 이유로 일시 중지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상식 밖이라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씨 살인교사 혐의에 대한 내사는 이미 지난해 3월부터 진행돼 2∼3개월 전에는 이씨가 연루된 단서가 일부 확보되는 등 상당한 진척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 전 실장의 청주 술자리 파문 보도(7월31일)가 나간 다음 날 사건부에 등재된 점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통상 검찰 내사는 누군가가 자의적 판단에 의해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서가 나오는 대로 사건부에 등재하도록 돼있다. 더구나 내사를 담당해온 검사는 지난 4월 이 사건을 인계받았고, 8월 검찰 인사의 대상도 아닌 것으로 확인돼 갑작스런 사건부 등재가 인사이동이나 전담업무 변경 때문이라는 설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씨의 변호인 등은 살인교사 혐의 이외의 별도 혐의에 대한 내사가 진행됐음을 인정하고 있어 검찰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씨는 10여년 전부터 나이트클럽, 오락실, 터키탕 등 유흥업종에 발을 들여놓은 뒤 검찰, 경찰과 인연을 맺었으며,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검찰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닌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충북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이씨가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알 만한 검찰 인사들과 친분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 변호활동을 하고 있는 검사장 출신의 A변호사는 이날 "이씨가 경찰의 윤락행위 및 조세포탈 혐의 수사가 다른 경쟁업소에 비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해 청주지검을 방문했으며, 당시 이씨의 갈취사건 내사문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며 6월 청주지검 방문 사실을 확인하고 "그러나 살인교사 혐의 내사는 처음 듣는 얘기로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변호사를 만난 추 차장은 "A변호사가 '왜 키스나이트만 수사하느냐'고 해 '우리가 하는게 아니라 경찰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청주=한덕동기자ddhan@hk.co.kr이준호기자 j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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