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증거물을 확보하겠다고 검찰이 SBS 방송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한 소동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착잡한 심사를 숨기기 어렵다.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명예훼손 사건 수사를 이유로 청주지검이 5일 SBS 측에 방송 테이프 원본제출을 요구하면서 압수수색을 시도한 일은 견문발검(見蚊拔劍)의 우화를 연상시킨다. 모기를 잡으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칼을 사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모양새가 좋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다.향응을 받고 술집을 나서는 모습이 몰래 찍혀 TV 방송에 공개된 것이 양 전 실장의 명예를 훼손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사측이 제공하겠다는 방송 테이프만으로도 증거 확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굳이 테이프 원본을 내놓으라고 고집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수사상 필요한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려 한 것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취재원 보호를 위해 증거물을 내줄 수 없다는 언론사의 입장을 모를 리 없는 검찰이 그 방법을 택한 것이 수사기술상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 국가안보나 중대한 공안문제에 관한 수사에서 진실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면 압수수색은 당연한 절차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시청자가 보기에도 누가 찍은 것인지 짐작이 가는 정황인데, 꼭 필름 원본을 손에 넣어야 하겠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양 전 실장 사건의 본질은 대통령과 특수관계인 그가 형사사건에 연루되어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서 호화판 향응을 받은 일이었다. 사건 본줄기는 젖혀두고 곁가지에 매달려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압수수색권을 들고나온 것이, 다시 태어났다는 검찰 이미지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살펴야 한다. 다행히 검찰 수뇌부가 신중한 입장이라는 소식이다. 검찰은 취재원 보호가 언론활동의 기본윤리라는 것을 인식해 주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