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이다. 마찬가지로 교육을 하는 장소는 학생들의 학습 효과를 높이고, 인성을 갖추도록 하는 기본 환경이다.예로부터 동서를 막론하고 학습 장소는 자연 환경이 뛰어나고 심신을 수련할 수 있는 곳에 정해졌다. 서원과 향교가 경관이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서구의 명문학교들이 산세가 좋거나 강, 호수, 또는 바다에 면하여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교육의 입지환경 조건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학교가 최고의 환경 조건을 갖출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최고인데도 불구하고 학습 환경은 소홀히 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김숙희 전 교육부 장관이 비평하는 말씀이 무척 가슴에 와 닿았다. "몇 백년 전통을 자랑하는 외국의 유명 고등학교가 학생들의 거주지를 따라 이사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오랜 전통을 가진 학교들이 학생을 따라 이사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나 있는 현상이다. 이는 학교 공간이 주는 교육적 효과를 가볍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풍스러운 교정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세월이 쌓인 모습에서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학생들은 역사와 전통을 저절로 느끼게 될 것이다.
요즘 대단위 택지를 조성하면서 단지 내 학교 부지로 설정되는 장소는 대부분 등하교의 편의성을 우선 조건으로 한다. 가장 전망이 좋거나 환경이 좋은 곳은 아파트 분양 택지로 우선 설정된다.
세계를 대상으로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21세기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만큼이나 학교가 가지는 공간 분위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감성과 이성, 그리고 인성의 총체적 교육효과를 위해 학교 입지환경의 기본 조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창의성과 개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에,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후세들에게 경제논리를 떠나 가장 좋은 조건의 장소를 교육 공간으로 할애하는 마음을 가진 도시계획 전문가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마찬가지로 관리의 편의성을 앞세워 도장 찍듯 천편일률적인 학교 시설보다는 더욱 큰 교육효과를 낼 수 있는 독창성 있는 교육공간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김 혜 정 명지대 건축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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