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갑자기 번창하는 사업이 있다. 헬스클럽, 수영장, 어학 학원, 다이어리, 금연초 등이다. 이른바 결심 산업이다. 새해가 되면 결심을 하고, 결심을 한 사람들은 돈을 써서 자기 결심을 다시 확인한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결심의 증거물들이 우리를 노려보기 시작한다. 이봐, 수영장 안 가? 하루하루의 일상을 조직적으로 관리하셔야지. 달리기하러 안 가? 당신 늘어진 뱃살 좀 보라구.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다. 자신의 무능과 나약함에 대한 분노가 솟구친다. 내 그럴 줄 알았다며 비웃는 가족들의 시선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전혀 정반대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베란다에 나가 끊었던 담배를 뻑뻑 피고 PC방에 가서 주식투자를 한다. 결심 산업에 갖다 바친 돈을 일거에 되찾아 위엄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복권도 산다. 주식시세를 점검하고 복권 추첨 결과를 확인하느라 세월이 간다. 이런 일에는 아무런 결심도 필요치 않다. 구매하고 확인만 하면 된다. 구매, 확인, 구매, 확인. 달리기와 어학은 그만둔 지 오래다.
그러다 문득 달력을 보면 어느새 12월이다. 수북이 쌓인 복권들을 내다버리고 다시 결심 산업 쪽으로 눈을 돌린다. 그게 인간이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