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사건은 자신에게 관대한 집권세력의 도덕적 해이를 드러낸 사례라 할만하다. 노무현 정권이 스스로 내세운 최대 덕목이 도덕성이라고 할 때 이를 정면으로 부정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사건의 성격을 말해 줄 중요대목들에서 본인의 당초 진술과 청와대의 초기 대응은 실제 벌어진 일과 완전히 상반됐음이 밝혀졌다.청와대가 뒤늦게나마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초기 조사가 안이했던 점, 이후 사실관계가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대하게 평가하려는 기미 등으로 이런 노력은 빛이 바래고 있다. 조사 결과 양 전 실장은 물론, 주변 인사들의 진술이 한결같이 거짓을 위해 입을 맞추었음이 드러났다. 또 사건을 전후한 노 대통령의 인식 역시 언론의 과도한 공격으로 치부하려 했던 흔적이 역력해 실망스럽다. 사건 주체들의 이런 거짓 태도로 인해 청와대 발표에 추가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향응과 함께 청탁이 있었다는 발표에 당연히 따르는 의혹은 그 청탁이 실행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양 전 실장의 뻔뻔한 거짓이 판명된 이상 진술의 신뢰성은 이미 상실됐다. 청와대의 자체조사가 강제성이 없이 당사자들에게만 의존했기 때문에 이런 의문에 대한 대답을 국민은 듣고 싶어한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양 전 실장의 사표수리에 대해 "반드시 해야 할 정도로 책임이 큰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장의 비디오 카메라 폭로가 실제 이상의 파문을 불러왔다는 정황과, 대통령 부속실장의 부도덕한 행위의 실체는 전혀 별개의 사안인데도 문 수석은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정서와 동떨어져 있다. 진행 중인 검찰 수사가 추가적인 의문을 밝혀야 한다. 특히 사건의 전말이 이쯤 되면 대통령의 사과가 있어야 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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