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좀 도와주지 그랬어요."'영원한 현대맨' 김윤규(59) 현대아산 사장의 한(恨) 맺힌 절규가 조문객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고 정몽헌 회장의 '대북사업 동지'인 김 사장은 6일 정 회장 빈소인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정·재계 인사들에게 "그렇게 손 내밀고 도와달랄 때는 눈길 한번 주지 않더니…"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특히 "금강산 관광사업 등이 잘 되도록 돕겠다"는 위로에는 "정 회장이 홀로 사업을 이끌 때 정치권과 재계 모두 외면하지 않았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4일 정 회장 자살이후 장례위원장을 맡아 사흘째 빈소를 지키고 있는 김 사장은 겹친 피로와 슬픔 탓에 눈이 퀭하게 들어가는 등 '초췌한 노인'의 모습으로 조문객을 맞아 주위를 숙연케 했다.
정 회장의 주검을 확인한 뒤 "아직 갈 길이 먼데…"라고 울부짖은 데 이어 임동원 전 국정원장에게 "회장님이 다 막으려고 돌아가셨다"며 흐느낀 그의 회한과 슬픔은 대북사업을 고리로 한 정 회장과의 '인연'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는 게 현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재계 1위 현대그룹이 쇠락의 길에 빠져든 것도 '돈 안되는' 대북사업 탓이고 북한은 물론 우리 정부와 뒷거래를 했다는 비난은 정 회장과 함께 김 사장이 모두 떠안아야 했다.
대북송금 등을 둘러싼 검찰수사 과정에서 겪은 좌절과 분노도 둘만이 속내를 털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968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김 사장은 1998년 6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을 이끈 데 이어 현대아산 출범이후 사장을 맡아 정 회장을 보필해 왔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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