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꾼 좀 말려줘요."방송사들이 경품과 방청권을 노린 얌체 경품꾼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방송사들이 꼽는 경품꾼들은 TV 인기프로그램의 방청권, 라디오 프로그램이 청취자에게 제공하는 경품 등을 노리고 마구잡이식으로 응모에 매달리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무료로 받은 방청권을 수 만원대에 팔아 이득을 챙기기도 한다.
이들은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가명이나 가짜 인터넷 이용자번호(ID)를 만들어 마치 제각기 다른 사람이 보낸 것처럼 수십통의 이메일을 보내 다른 사람들이 방청권이나 경품을 받을 기회를 가로챈다.
TV프로그램 가운데 경품꾼들이 노리는 대표적인 것이 KBS 2TV의 '개그콘서트'와 '윤도현의 러브레터'. 녹화과정이 재미있기로 소문이 난 이 프로그램은 방청권 또한 인기가 높다. 방송사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사연을 접수하거나 방청권 신청을 받아 자체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해 방청권을 무료로 보내 준다.
똑 같은 공개홀을 사용하는 두 프로그램 모두 1회 방청객은 1,000명선이지만 방청권 신청자는 1만명을 웃돌아 경쟁률이 10대 1을 넘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청권을 받기 위한 경품꾼들의 공세가 집요하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관계자에 따르면 "똑 같은 사연을 복사해 주소는 같고 이름만 다른 이메일이나 주소, 이름은 같은데 각기 다른 사연의 이메일을 여러 통 만들어 보내기도 한다"며 "사연을 일일이 읽어보기 때문에 쉽게 경품꾼을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품꾼들의 방청권 판매 행위. 경품꾼들은 프로그램 홈페이지나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통해 2인 기준 극장 입장권 가격인 1만4,000원 이상에 판매하고 있다. 인기인들이 출연하거나 녹화일이 성탄절 등 특별한 날이면 가격이 보통 때의 서너배로 뛴다.
이처럼 방청권 판매가 극성을 부리자 '윤도현의 러브레터' 제작진은 급기야 지난달 5일 홈페이지 공지란에 방청권 판매 관련 글을 게시판에 올리지 말아달라는 글을 띄웠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방청권 매매를 막을 방법이 없어 자제를 당부하는 글만 띄웠다"고 밝혔다.
라디오에서는 주부 대상 프로그램이 경품꾼들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MBC 표준FM의 '여성시대', '강석·김혜영의 싱글벙글쇼', '지금은 라디오시대' 등이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MBC가 라디오 프로그램의 경품 협찬 대행을 맡고 있는 MBC애드컴을 통해 경품당첨자의 전화번호를 기준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동일 전화번호가 60∼80회 이상 경품에 당첨된 사례가 다수 있었으며 무려 120회 이상 경품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MBC는 경품꾼 명단을 라디오 스튜디오가 몰려 있는 7층에 게시하고 담당 프로듀서들에게 '경품꾼 주의'를 당부했다.
케이블채널의 경우에는 CJ, LG, 현대, 우리, 농수산 등 홈쇼핑채널에 경품꾼들이 몰리고 있다. 경품꾼들은 경품이 걸린 상품을 집중 구매한 다음 당첨되지 않으면 반품하는 수법을 쓴다. 모 홈쇼핑 관계자는 "한 사람이 경품이 걸린 50개의 상품을 주문한 뒤 40여개를 반품한 경우도 있었다"며 "반품에 따른 반송비도 홈쇼핑 업체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연말에 의류, 보석 등의 장신구에 경품꾼이 집중된다"며 "경품은 물론이고 의류, 보석 등을 착용해 보고 반품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홈쇼핑 업체가 경품꾼들의 의도적 반품을 막기 위해 의류, 보석 등 상품에는 꼬리표(태그)를 부착해 발송하고 입어보기 위해 꼬리표를 제거할 경우 반품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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