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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박대용 CJ GLS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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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박대용 CJ GLS 사장

입력
2003.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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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문배동 CJ GLS의 본사 3층에 위치한 박대용(朴玳用·51) 사장의 집무실은 사장실과 직원 자리 간에 구분이 없다.사장실을 구분하는 칸막이도 없고, 들어가고 나가는 문도 없는 완전 개방 구조로 돼 있다. 일반 직원 자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조그만 회의용 테이블 하나가 덜렁 놓여 있다는 점 뿐이다. 연간 3,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의 CEO 집무실이라고 하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사무실 만큼이나 박 사장의 집무 스타일도 소탈하고 열려 있다. 박 사장은 "직원 누구나 쉽게 들락날락 할 수 있어야 직원과의 의사 소통이 잘 되지 않겠는가"하고 강조했다.

경북 상주 태생의 박 사장은 물류나 택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평범한 샐러리맨 출신이다.

1977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박 사장은 바로 제일제당에 배속돼 경리·자금 담당으로 직장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86년 물류 사업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 분야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박 사장은 물류나 택배에 대한 개념도 희박하던 당시 그룹 밸류 체인 전체를 총괄하는 물류 시스템을 도입, 비용을 절감하고 배송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물류·택배 전문가로 사내에서 인정받았고, 98년 3월 CJ GLS가 독립하면서 대표직을 맡게 됐다.

"당시 물류나 택배 사업은 '창고 관리'나 '단순 배달'로 인식됐을 정도로 기업 내부에서나 사회적으로 인식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물류·택배 사업이 21세기 고성장 분야라는 나름대로의 판단이 있어 이 분야에 전념했고, 그것이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두고 있습니다. 물류 산업은 주문 접수에서 재고 관리, 컨설팅, 유통·가공, 배송 후 피드백 처리에 이르기까지 한 기업에 있어 생산, 연구개발, 마케팅을 제외한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첨단 종합 산업입니다"

박 사장은 사내에서 '박대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 만큼 사원들에게 부담없고 친근한 CEO라는 반증이다. 박 사장은 최고 경영자와 직원이 마음의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는 'Servant Leadership'을 경영 철학으로 삼는다. 박 사장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매월 1회 이상 택배차를 타고 물류 현장을 찾아가 손수 배달을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직원들이 신바람 나고 도전과 창의 정신이 솟구치게 해야 합니다. 최고 경영자라고 해서 편하게 앉아 거드름만 피우고 있으면 될 일도 안됩니다. 위에서 솔선 수범할 때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따라 오지요."

박 사장은 CJ GLS를 대한통운이나 한진택배같은 기존 택배사와 같은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비록 후발업체지만 기존 업체와의 차별적인 선진 물류를 주력 업태로 삼고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기존 택배사는 역사는 길지만 근본적으로 수송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CJ GLS는 고객사의 창고 관리에서 상품 주문대행, 유통·가공, 물류정보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 대행하는 3자 물류로 출발했습니다. 물론 최근 경쟁사들도 3자물류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 분야에서 만큼은 우리가 국내 최고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박 사장은 종합 물류 사업은 초기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이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물류·택배 경험이 적고, 역사도 일천해 이 분야의 전문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물류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입니다. 따라서 물류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은 영업 전문가를 키우는 것보다 훨씬 오랜 시일이 소요됩니다. 더구나 물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낙후돼 있어 그동안 인재들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최근 들어 물류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대학에 과정이 생기고 있지만, 아직 선진국과 비교할 때는 크게 떨어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국내에서도 빨리 물류 분야의 인재를 양성해야 한반도를 동북아 허브로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박 사장은 물류 사업의 높은 부가가치는 자산 대비 매출액과 이익률만 비교해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박 사장에 따르면 CJ GLS는 고정 자산이 거의 없는 회사라는 것. 물류 창고로 사용하는 33개의 창고도 모두 임대한 것이고, 본사 건물도 그룹사의 것을 임대해서 쓰고 있다. 또 택배에 사용되는 화물차도 전부 운수회사와 임대 계약을 해서 쓰는 것이고, 운전 기사들도 협력회사의 직원들이다.

사실상 본사 직원과 일부 집기를 제외하곤 모두 임차해서 쓰는 셈이다. 박 사장은 파견 근무를 하는 협력사 사원들에게 CJ멤버십카드 발급, 종합건강진단, 세차비·통신비·복장비 지급, 학자금 제공 및 해외 견학, 경조사비 지원 등 정규직 사원과 똑같은 대우를 해준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택배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당수 기업들이 3자 물류를 마치 기업 정보가 누출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기업은 생산, 연구개발(R& D), 마케팅에만 전념하고 기타 재고 및 창고 관리에서 유통·가공, 물류 정보는 택배사에 위탁하는 게 일상화돼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선 아직 수송과 창고 중심의 물류에 안주해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지원·관리 분야는 아웃 소싱(외부조달)하고, 핵심 코어 기술 개발에 전념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나의 경영철학

얼마 전 한국 경제에 큰 상처를 입힌 물류 대란이 있었다. 다행히 우리회사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지만 물류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물류 대란은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그동안 묻혀 있었던 물류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다.

CJ GLS도 다수의 파트너사를 통해 물류 업무를 수행한다. 이번 물류대란에서 우리 회사는 오히려 안정적인 물류회사라는 점이 부각됐다.

본인은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부터 14년을 줄곧 물류인으로 살아왔다. CJ GLS를 창립해 5년 동안 경영하면서 일찍부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이들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생활했다. 그래서 방문한 적이 있는 현장 근무 직원들의 이름은 대부분 외우고 있다. 자주 보지 못하는 현장 직원의 이름을 기억하며 불러주는 것은 그 직원에게는 상당한 소속감과 존재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일이다.

이런 현장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본인을 비롯한 전 임원들에게 현장 체험을 실시토록 한다. 회사의 이미지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는 이들의 생활 속에 직접 들어가 체험을 통해 공감하자는 취지다. 처음에는 회사 대표와 임원들이 얼마나 체험을 할지 의아해 했고, 일부는 귀찮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꾸준히 계속되면서 이제는 다들 익숙해 하고 있다.

현장 체험을 바탕으로 올해 초부터 고객 접점에 있는 인력들의 근무 여건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정규직만 하던 종합검진을 전 파트너사 직원에게로 확대했다. 배송 기사 호칭도 'Service Master, Delivery Master, Field Master' 등으로 바꾸었다.

물류회사에서는 물류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다름아닌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위치에 있는 현장의 직원들로부터 나온다.

■내가 본 박대용 사장

CJ GLS 박대용 대표와는 제일제당 경리과에 입사하면서 알게 됐다. 당시 제일제당은 삼성의 계열사였고, '관리의 삼성'이라는 명성답게 경리과는 밤낮 없는 격무의 연속이었다. 휴일에도 불려 나오기 일쑤였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을 하면서 둘이 밤새 소주 잔을 기울이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서로 의지하게 되고 친해지게 되었다.

이렇게 친한 사이였지만 총각 시절 사내 여직원을 놓고 연적(?)이 된 적도 있었다. 그 시절 박 대표와 나는 미모의 부서 여직원에게 잘 보이려고 야근할 때 커피, 간식을 서로 챙겨주는 경쟁을 벌이곤 했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괜한 설렘에 미소가 번진다.

박 대표의 자상함은 힘들었던 경리과 시절부터 시작된 것일지 모른다. 당시 상사로부터 일방적인 지시와 꾸지람을 받았던 우리는 '상사보다 부서 직원의 고민과 어려움을 먼저 알아 주는 선배가 되자'고 다짐했다. 특히 박 대표는 권위보다는 따뜻한 가슴으로 부하 직원들을 대했으며,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마다 않고 꾸준히 했다. 지금 CJ GLS의 대표이사가 된 밑바탕에는 이런 솔선수범과 끈기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후 필자는 제일제당을 떠나 현재 SBS골프닷컴에 둥지를 틀었지만 아직도 그 때 경리과 출신 10여명은 친목 모임을 갖는다. 박 대표는 여기서도 남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총무직을 몇 년째 맡아서 하고 있다. 모임이 잘되는 것은 박 대표의 성실함 덕분이라고 모두들 생각한다.

박대용 대표의 자상함과 솔선수범, 애틋한 부하 사랑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대한다.

김 영 기 SBS골프닷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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