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도로 표지판은 일목요연하다. '정지', '버스전용차선'처럼 말이다. 그런데 가끔 오래 시선을 붙잡는 표지판들이 있다. 이를테면 '첫눈 조심' 같은 표지판이 그렇다. 한참을 생각해야 그 문학적 의미의 심층에 도달할 수 있다. 음, 첫눈이 내리면 길이 미끄러우니까. 그런데 꼭 첫눈만 미끄러운 건 아니잖아? 아, 첫눈은 처음 오는 눈이니까, 미처 준비가 되지 않은 운전자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아 사고가 날 수 있겠구나. 정말 첫눈이란 위험한 것이로구나. 조심해야지. 어, 그런데 지금은 여름이잖아? 괜히 고민했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운전을 하게 된다.'첫눈 조심'의 대척점엔 '졸면 죽는다'가 있다. 가끔 군부대가 많은 강원도 지역의 굴곡많은 도로 위에서 발견하게 되는 문구인데 섬뜩하다. 그 어떤 왜곡도 없이 말하고 싶은 바를 바로 심장까지 전달해준다.
반면 '첫눈 조심'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운전자를 쓸 데 없이 감상적 상념에 빠지게 만드는 표지도 있다. 철새도래지 근처에서 주로 발견된다. '새들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런 문구를 보면 차를 버리고 갈대밭으로 들어가 소주를 마시고 싶어진다. 과연 새들이 좋아할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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