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늘]<871>리틀보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늘]<871>리틀보이

입력
2003.08.06 00:00
0 0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8월6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역사상 처음으로 원자폭탄이 투하됐다. 이 미국제 핵폭탄의 이름은 리틀보이였다. 9,000m 상공의 B-29 폭격기에서 떨어뜨린 길이 3m, 지름 71cm, 무게 4톤의 리틀보이는 TNT 약 2만톤의 폭발력을 발휘해 히로시마를 초토화하며 20만 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리틀보이의 투하로 일본은 급격히 전의(戰意)를 잃었고, 8월9일 나가사키(長崎)에 또 다른 원자폭탄이 떨어지자 그 달 15일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리틀보이가 투하된 58년 전 오늘은 인류가 자신을 몰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명확히 드러낸 날이다. 제 힘에 너무 놀란 나머지, 인류는 지난 반세기 동안 감히 세 번째 세계대전을 치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른바 냉전이라는 것은 핵무기의 전쟁억제력에 실린 위태롭고 공포스러운 균형이었다. 핵무기 보유국 사이의 직접적 전쟁이 없었다는 점에서 냉전기는 의사(擬似)평화기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초강대국 사이의 대리전 성격을 띤 국지적 분쟁이 끊임없었다는 점에서 전쟁기이기도 했다. 핵 보유국 사이의 평화조차, 프랑스 사회학자 레몽 아롱의 표현을 빌리면, "위기라는 이름의 전쟁 대체물이 지배하는 평화"였다.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과 함께 냉전이 끝난 뒤에도, 인류는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다시 말해 '팍스아메리카나'의 '팍스' 곧 평화는 미국이 만드는 위기와 공포에 짓눌려있는 평화고, 수많은 '작은 전쟁들'을 값으로 치러야 하는 평화다. 1945년 8월6일 이후 반전·반핵 운동의 구호가 된 '노 모어 히로시마'(No more Hiroshimas)는 선제 핵무기 공격의 능력과 의사를 지닌 유일한 나라, 미국에서 선창(先唱)돼야 한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