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사진) 미 국무장관의 거취 문제가 미국의 정·관계를 흔들고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4일 파월 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2기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백악관에 밝혔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전날 보도 내용을 부인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국무부는 이날 아침 긴급히 서명 성명을 내고 "그런 이야기는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미 정부가 언론의 보도 내용에 대해 서면 성명으로 반박한 것은 이례적이다.스콧 메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5일 두 사람을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으로 불러 만찬을 함께 하기로 한 사실까지 공개하며 "두 사람은 대통령의 뜻에 따라 봉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장관도 이날 중동지역을 대상으로 한 미 정부 아랍어 방송 '라디오 사와'와의 회견에서 "이것은 난센스"라고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파월 장관은 "부시 대통령과 내 임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 외에 다른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진화 노력에도 한번 살아오는 불씨는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방송들은 뉴스마다 정치평론가를 동원, 파월의 부시 2기 내각 불참설이 미칠 정치적 파장을 진단하고 후임 인선을 거론했다. 미 CNN은 "시기상조지만 부시의 대선 내각이 어떤 구도일지는 워싱턴 정가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퀴즈 게임"이라고 보도했다.
파월의 거취 논란은 차기 정부가 출범하는 2005년 1월20일 이후 내각운영 문제 및 대외정책 방향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이 논란의 파괴력은 퇴임 17개월을 앞두고 터진 파월의 거취 문제가 벌써 달아오르고 있는 미 대선전과 미국의 현 대외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데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파월의 퇴장 예상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중도적 유권자들의 지지 상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부시정부 내의 강경파보다는 파월 장관의 정책을 선호하는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삐걱거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 관리들은 이번 논란이 파월 장관의 '레임 덕'을 불러와 그의 정부 내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수의 강경파 사이에서 버팀목이 돼온 파월 장관의 입지가 약해질 경우 미국의 대외정책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걱정이다.
역으로 사실 여부를 떠나 파월 장관의 2기 내각 불참 통보설 자체가 강경파를 견제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파월의 거취 문제가 부각되면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서 감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강경파에 의한 파월 장관 견제를 제어하는 요인으로 작용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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