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여형사의 활약상을 그린 수사사극 MBC '다모(茶母)'가 방송 초반부터 열성 팬을 확보하면서 마니아 드라마 조짐을 보이고 있다.현재 '다모'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스스로를 '다모폐인'이라고 부르는 마니아 팬층이 형성돼 3회분이 방송된 5일 현재 게시물 건수가 5만8,000건을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폐인'이란 용어는 '아햏햏' 등 독특한 문화현상을 낳은 인터넷 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신조어로 특정대상에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몰입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은 "다모를 기다린 일주일 정말 길더이다"(권희정) "낼 까지 어떻게 기다리란 말씀이외까"(박지영) 등 '다모체'라고 이름 붙인 하오체 말투로만 글을 올리는 이색 풍경을 연출하면서 팬들간의 강한 유대감을 보여주고 있다. 또 대여섯 번씩 프로그램을 반복해 보거나 몇 시간씩 '다모' 게시판에 머물면서 올라오는 글을 지켜보는 광적인 팬들도 생겨났다.
지난해 마니아 드라마 붐을 몰고 온 MBC '네 멋대로 해라'가 방송 1주일 만에 1만건의 게시물이 오른 데 비해 '다모' 게시판에는 4만건이나 올라 드라마에 대한 열기를 짐작케 한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옥탑방 고양이'의 전체 게시물은 3만여 건이었다.
iMBC 관계자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게시판에 명대사를 올리고 명장면을 캡처해 공유하고 있다"며 "특히 비방이나 욕설이 전혀 없고 드라마에 대한 호평으로만 채워지고 있는 것도 유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iMBC측은 이 같은 추세라면 드라마 종영 무렵에는 게시물 수가 20만∼30만건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터넷 상에서의 이상 열기는 시청률로도 이어지고 있다. 시청률조사기관 TNS미디어코리아 조사에서 '다모'는 방송 3회 만에 KBS2 '여름향기'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방송분에서 '다모'의 전국 시청률은 17.5%로 '여름향기'의 15.7%보다 1.8% 포인트 높았다. TNS측은 "'다모'는 '여름향기'가 겨냥한 여성 시청자뿐만 아니라 10∼20대의 젊은 남자, 40∼50세 이상의 장년층 남자 시청자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모'가 이처럼 방송 초반부터 높은 관심을 얻고 있는 것은 HDTV용으로 제작된 고화질의 영상과 16대9 화면, 연속극 최초의 사전제작제 도입 등 완성도로 승부를 걸고 있기 때문.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화 같은 화면(Film Look)'이다. 제작진은 일반 방송화면의 기계적이고 차가운 느낌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고성능 HD카메라로 초당 프레임수를 10∼60회 사이로 다양하게 조절하는 촬영기법을 사용했다. 1부 마지막 장면에서 채옥의 봇짐을 탈취해 도망가는 소매치기의 움직임이 끌리며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 것은 프레임 조절기법으로 가능했다. 또 헬리캠, 스테디캠 등을 이용한 다양한 앵글 구사와 호쾌한 와이어 액션 등으로 기존의 드라마 화면과 차별화했다.
제작진은 "'다모'가 시청률은 높지 않았으나 종영 후 잊혀지지 않는 '네 멋대로 해라' 같은 마니아 드라마가 될지, 아니면 올 여름 대박 드라마가 될지는 5,6회가 방송되는 다음주 초가 분수령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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