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사망과 관련, 금강산 관광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혀 '선장'을 잃은 금강산 관광사업의 차질이 예상된다. 일단 북한은 이 같은 조치가 정 회장을 추모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현대측은 관광을 중단하지 않는 것이 고인의 뜻이라고 밝혀 양측의 절충이 관심을 끌고 있다.북한은 이날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조선 형제들의 곁을 떠난 정몽헌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조의 기간(영결식 8일)을 포함, 일정 기간 금강산 관광을 임시 중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이에 대해 "금강산 관광을 중단없이 계속하는 게 고인의 뜻인 만큼 관광은 물론 류경(평양) 정주영체육관 개관식 등 다른 사업도 차질없이 진행해줄 것을 아태평화위에 요청했다"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 특히 "북측의 방침은 고인을 추모하는 예의 차원인 것 같다. 뜻은 이해하지만 6일 출발 예정인 금강산 관광(562명)도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협의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기대했다.
그러나 북한의 요청은 '호의'와 달리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우리 정부 또는 자금 여력이 있는 현대차그룹 등 현대가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에서 나왔다는 관측도 있다.
현대아산은 지난해까지 금강산 시설투자로 1,851억원을 쏟아부었으며 현재 자본금(4,500억원) 전액 잠식의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다. 때문에 현대아산은 관광객 정원을 채워도 매달 20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정부 지원이 없는 한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북한이 현대아산의 대북경협 사업을 총괄하게 될 김윤규 사장의 '역량'에 의문을 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몽헌 회장은 선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대북사업에 '실탄'을 동원할 능력이 있었지만 전문경영인인 김윤규 사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더 많은 달러를 벌어 들이기 위해 정부 지원에 대한 요구 수준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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