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현(48·사진)씨의 소설선 '포도나무집 풍경'(북폴리오 발행)이 출간됐다. 그간 발표한 작품 중 6편과 '우리 청춘의 푸른 옷' 1·2편등 작가가 가려 뽑은 단편 8편이 실렸다. 그는 한편으로는 '험한 세상을 견뎌 나가는 지식인 소설'을, 다른 한편으로는 '이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쓰는 작가다.'포도나무집 풍경'에 실린 소설은 차력사, 서커스단 마술사 등 몸으로 세상을 배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거칠고 곡절많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끌려다니는 대부분 우리 인생"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그 인생은 모두 작가 자신 학생운동을 하고 고문을 당하고 감방 신세를 지는 것으로 겪어온 한국 현대사 속에 자리한다. 표제작 '포도나무집 풍경'의 시간은 구로구청 부정투표함 바꿔치기 사건이 일어났던 1987년이다. 작가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80년대는 등장인물 '김선생'에게는 '제살을 깎아먹는' 시간이었다.
'우리 청춘의 푸른 옷'은 진행 중인 장편소설의 1부다. 이승만 정권의 폭압성과 부정선거 규탄 시위, 5·16 군사쿠데타 등이 어린 형섭의 눈에 비춰진다. 엄밀하게 말해 '우리 청춘의 푸른 옷'의 주인공은 형섭이라기보다 격변의 현대사다. 작가가 쓰는 형섭의 이야기는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이 일어난 1980년대 초까지 닿을 예정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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