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택할 만큼 정 회장에게 커다란 심적 고통을 안긴 한국의 사회상황에 화가 납니다."4일 오후 외국인으로는 드물게 고 정몽헌 회장의 빈소를 찾은 제프리 존스(51·사진)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명예회장의 얼굴은 분노와 불만 섞인 표정이 역력했다. 정회장의 돌연한 죽음에 대해 "마음이 아프지만 그보다 화가 난다"고 소회를 밝힌 그는 "검찰조사를 받느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일류기업의 CEO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1920년대 대공황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고개를 저은 그는 정 회장의 자살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 아닌 정치적 문제 탓이라는 의견에도 일정부분 공감했다.
한국관광공사의 사외이사이기도 한 그가 정 회장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불과 두달전. 그는 당시 개성공단 착공 문제로 정 회장을 만나 외국인 투자 유치 및 금강산 관광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깊이 논의했다. "개인적으로 대북사업에 관심이 많아 정 회장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는 그는 "금강산 사업 활성화의 당위성을 주장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끝을 흐렸다.
"정 회장은 마음이 정말 좋은 분이셨지요. 대기업 총수인데도 얌전한데다 겸손하고 부끄러움도 아주 많았습니다. 그러나 사업가로서의 용기는 정말 대단했지요." 그는 인간 정 회장에 대해 "아버지 고 정주영 회장의 대업을 완성시키고 싶어한 대단한 효자이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의 비보로 단기적인 대북사업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한 그는 그러나 "대북사업의 향후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투자 안정론'이 전제조건이라고 제시한 그는 "정 회장의 안타까운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말 대북사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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