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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아사히카와/"보랏빛향 머금은 러브레터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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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아사히카와/"보랏빛향 머금은 러브레터 왔어요"

입력
2003.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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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겡끼데스까? 영화 러브레터의 주인공 후지이 이츠키(藤井樹)입니다. 흔히 홋카이도(北海道)하면 눈 덮인 풍경을 제일 먼저 생각하시죠? 저는 최근 오타루(小樽)에서 일본 최대의 국립공원인 다이세쓰(大雪)산이 있는 아사히카와(旭川)라는 곳으로 이사를 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이 일본에 있다니…' 하는 충격을 받았답니다. 혼자만 알고 있기엔 아까워 당신께 '여름의 홋카이도'를 소개하려 합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뜨거운 여름, 확 트이고 시원한 곳으로 떠나고 싶다고 느낄 때 이런 편지를 받는다면…. 누구라도 유혹을 느낄 법하다. 더구나 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영화의 배경인 홋카이도를 찾아 수많은 '후지이 이츠키'를 만나고 싶게 마련이다. 가상의 그녀가 쓰는 편지형식으로 홋카이도 여행을 떠나보자.

/아사히카와=글 사진 김영신기자 suteki@hk.co.kr

다이세쓰산은 맑은 공기와 절경이 자랑거리입니다. 특히 소운쿄(層雲峽) 지역은 그 중 으뜸이죠. 가벼운 옷차림으로 계곡을 따라 난 오솔길을 산책하다가 구로다케(黑岳)봉으로 향하는 1,680m짜리 케이블카를 타보세요. 구름을 뚫고 올라가는데 보기보다 산세가 험해 다시 리프트를 타야 해요. 리프트는 발이 땅에 살짝 닿을 것 같은 높이로 산도를 오른답니다. 이름 모를 풀들이 발끝을 스쳐가는 느낌이란… 마치 공중에서 산보를 하는 기분이에요. 사람에게 허용된 공간은 그뿐이어서 리프트 주변엔 여우나 곰 토끼 등 야생동물이 자주 나타난다고 해요. 전 아직 본 적이 없지만 말이죠.

산행을 즐긴 다음엔 인근 노천온천에 가서 몸을 푹 담그죠. 이열치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요?

비에이(美瑛) 마을에 가면 여기가 과연 일본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끝없이 넓은 밀밭에 감자밭이며 해바라기밭까지, 마치 북유럽에 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여기선 광고 촬영도 자주 있어요. 자전거를 빌려서 하루 종일 다녀도 전혀 지루하지 않죠.

참! 인근 후라노(富良野)시에 가면 여자분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 있어요. 바로 '도미타(富田) 농장'이라는 곳이에요. 라벤더로 유명하죠. 지금이 최고 절정기라 온통 보랏빛 물결이랍니다. 제가 라벤더와 관련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원래 홋카이도의 동북부 지역은 라벤더의 자생지입니다. 토양이 척박해도 키우기 쉬운 꽃이 바로 라벤더거든요. 농가에서 관상용 등으로 많이 재배를 했지만 어느 땐가부터 값싼 유럽산에 밀려 대부분 포기하는 상태가 됐었어요. 오직 한 농가만 재배를 멈추지 않았죠.

그러던 어느날 일본 국토청에서 달력을 만들었는데 어떤 사진사가 이곳을 찍어 보냈답니다. 정부에선 '도대체 어디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꽃이 피는가'하며 수소문을 했고, 그 이후부터 이곳이 집중 조명되기 시작합니다. 그 농가가 바로 이 '도미타 농장'이에요. 지금은 무려 25㏊나 되는 넓이에 라벤더 포피 페퍼민트 등 1,000여종 꽃으로 각종 제품을 만들어 연간 7억엔(약 7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하네요. 올해만 해도 120만명이 이곳을 찾았다고 하니 얼마나 유명한 곳인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골프를 즐기시는 남자분들에게도 아사히카와는 천국입니다. 이 작은 동네에 골프장이 13군데나 되지요. 주중엔 그린피가 한국의 절반 정도밖에 안된대요. 특히 세이부 골프장은 아놀드 파머가 직접 설계해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네요.

하지만 가족과 함께 여행을 오신다면 혼자서만 즐기지 마세요. 홋카이도에서만 볼 수 있는 '파크 골프(park golf)'도 재미있거든요. 파크 골프는 골프와 게이트볼을 혼합한 경기로 1인당 100∼200엔 정도의 금액으로 온 가족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는 게임이랍니다. 이곳에만 6곳 정도가 있으니 나중에 직접 해보시길….

이밖에 소설 '빙점(氷点)'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三浦綾子) 문학 기념관, 눈에 대한 연구를 집대성한 눈 박물관 등 아사히가와엔 볼거리가 풍성하답니다.

숨쉬기조차 힘든 계절… 당신의 여름을 홋카이도에서 한 번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그나저나 홋카이도에선 뭐가 맛있냐고요? 글쎄요, 그건 놀러 오시면 알려 드릴게요. 꼭 연락 주세요. 그럼 만나는 날까지.

● 아이누족 민속 기념관

"이랑카랍테(안녕하세요)∼"

'아이누족 민속 기념관'은 아사히가와에서 한 번 꼭 들러 볼만한 곳이다. 일본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이누'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털이 많고 이목구비가 뚜렷하며 성격이 유순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아이누족은 홋카이도 내에서만 7만 7,000여명이 제한된 지역에서 살고 있다. 메이지(明治) 시대부터 이들의 말이 금지되는 등 심각한 말살정책이 자행됐으나 불과 6년여 전부터 완화되기 시작해, 지금은 일본정부가 지원금을 주면서 '관광상품'으로서의 아이누족을 키우고 있다.

관장인 가와무라 겐이치(川村兼一)씨는 "한국독립기념관에 가면 세계지도에 일본 민족을 아이누족이라고 표기한다"며 자신들이 일본반도의 실제 주인임을 자랑했다. 또 그의 딸은 관광객들을 위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까지 들려주었다.

"오프다테시케 푸르푸르케 니시쿠르카다 카니폰쳅포 야흥야흥∼"

'오프다테산에서 나온 금어(金魚) 은어(銀魚)들이 구름 위에서 신명나게 놀고 있다'는 내용의 이 노래는 왠지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그들의 속삭임인 듯해 더 구슬픈 느낌을 주었다.

/김영신기자

● 아사히카와 가이드

대한항공이 인천∼삿포로 신치토세(新千歲) 공항까지 주3회 운항한다. 버스로 1시간40분 정도면 아사히카와에 도착한다. 아시아나 항공에선 이번 여름 시즌동안 인천∼아사히카와 간 전세기를 총 8회 운항한다. 문의 코오롱 여행사(02-3701-4848) 하나투어(02-2127-1000) 에스투어(02-7777-025). 아사히카와 등 홋카이도 북부지역 관광에 대한 전반적인 문의는 (주) ICC(02-737-1122, www.japanpr.com)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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