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한때 재계 서열 1위를 달렸던 현대그룹의 총수라는 위상에 어울리지 않게 유산을 별로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가족이 부담할 상속세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그룹 계열사 지분은 현대상선 505만3,473주(4.9%), 현대종합상사 89만4,095주(1.2%), 현투증권 165만1,936주(0.7%) 등으로 평가액은 대략 15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현대종합상사 주식은 정 회장 지분을 포함해 대주주 지분이 감자(減資)되면서 지난달 23일 휴지가 됐다. 비상장 계열사인 현투증권 주식도 이미 자본 잠식상태여서 실질가치는 거의 없다.
결국 20억원 정도인 서울 성북동 자택(사진)이 유일한 유산이지만 채권단에 의해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나마 이 집도 올 초 보수에 들어갔지만 마무리를 제대로 못한 상태이다.
사실 정 회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후계자로 부상하던 '왕자의 난' 이전만 해도 계열사 보유주식 평가액이 4,000억원대에 달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경영난에 몰리면서 막대한 평가손을 입은 데 이어 1,000억원대의 비상장주식도 내놓는 등의 고초를 겪으며 재산이 쪼그라들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계열사 유상증자를 위해 보험사에서 빌린 500억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몰려 막내 삼촌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대신 갚아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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