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구례만큼 풍족한 관광자원을 가진 곳이 있을까. 산이면 산, 강이면 강, 온천이면 온천, 그리고 각종 문화유산까지. 더구나 구례 땅 여행지는 각 분야별로 모두 대표선수급이다. 수락폭포도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지리산 경남 전북 전남 등 3개도에 걸쳐 드리워진, 남한에서 가장 깊은 산자락을 가진 산이다. 주능선을 종주하는 데만 2박3일이 걸린다. 그러나 산이 넓은 만큼 코스도 다양하다. 능력에 맞는 코스를 택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차를 타고 8부능선에 있는 성삼재휴게소까지 가는 것. 구례 뿐 아니라 남원과 경남 함양쪽의 지리산을 조망할 수 있다. 길의 뒤틀림이 심하니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두번째는 맛만 잠깐 보는 코스이다. 성삼재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노고단까지 오른다. 1.7㎞로 약 1시간이 걸린다. 마지막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다. 노고단 바로 밑에 방송송신시설이 있어 찻길을 냈다. 아이들도 쉽게 오른다. 아침에 찾는 것이 좋다. 부지런하면 산록 위로 펼쳐지는 운해와 일출을 구경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계곡 산행을 원한다면 뱀사골 코스가 좋다. 전적기념관에서 탁용소를 거쳐 화개재에 오르는 코스다. 10㎞로 4시간 정도. 맑은 물길에 크고 작은 소(沼)가 이어져 있다.
섬진강 섬진강은 평화로운 강이다. 전북 진안군 마이산에서 시작돼 오수천, 보성강과 합류해 구례 땅을 흐른다. 옛 이름은 모래가람이다. 고운 모래가 많다는 의미이다. 고려 우왕 11년(1385년) 왜구가 강 하구로 침입했을 때 수십만마리의 두꺼비가 울부짖어 왜구를 쫓아냈다는 전설이 있어 이름에 두꺼비 섬(蟾)자를 넣었다. 남한의 5대강 중 최고의 청류로 꼽힌다.
섬진강 여행법은 다양하다. 첫째가 강변길 드라이브다. 구례부터 하동까지 강 양쪽에 도로가 나 있다. 북쪽은 19번국도, 남쪽은 861번 지방도로다. 두 길은 하동대교와 양일교로 연결된다. 지난 달 말 중간지점인 화개장터 앞으로 남도대교가 준공돼 연결다리가 하나 더 늘었다. 강의 북쪽길로 하동까지 갔다가 남쪽길로 되돌아온다. 양쪽에서 바라보는 강의 모습과 분위기가 다르다. 강변에 대숲이 펼쳐진다. 물 색깔만큼이나 푸르다. 석양의 붉은 빛이 강물에 비칠 때 가장 아름답다.
지리산의 절집들 구례쪽의 지리산 기슭에는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등의 고찰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역사의 무게와 함께 종교적 향취를 맘껏 맛볼 수 있다.
화엄사는 1,5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절. 백제 성왕 22년(544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건물을 1636년 벽암선사가 다시 지었다. 국보 4점, 보물 5점, 천연기념물 1점이 있다. 가람의 배치가 독특하다. 특히 보제루가 그렇다. 다른 절에서는 밑을 통과해 대웅전에 이르게 되어 있는데 화엄사의 보제루는 루의 옆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천은사는 지리산 일주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덕운조사와 인도의 승려 스루가 터를 닦고 절을 지었다. 일주문 현판에 '지리산 천은사'라는 독특한 서체의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 밖에 저수지와 숲을 배경으로 조성된 구만수상레저타운(061-781-9966)은 최근 호남지역의 인기 관광지로 떠오른 곳. 15만평이 넘는 곳에서 모터보트, 수상스키, 제트스키 등 각종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다. 음식점, 숙박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지리산 해발 750m 고지에 있는 심원마을은 '하늘아래 첫동네'로 불린다. 반야봉에서 발원하는 물이 마을을 돌아나간다. 집 마루에 앉아서 계곡의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별천지다. 심원마을의 상류 계곡은 영구 자연 휴식년제가 시행되고 있어 오염원이 전혀 없다. 현재 10여 가구가 사는데 모두 민박을 치고 토종닭 요리 등을 판다.
/구례=권오현기자 koh@hk.co.kr
가는길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빠져 시내를 우회하는 17번 국도를 타고 남원으로 간다. 남원시 직전에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19번 국도로 길을 바꿔 밤재터널을 지나면 구례에 닿는다. 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탈 경우 새로 개통된 천안-논산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대전 지역의 정체를 피할 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동군산IC에서 빠져 26번 국도를 타도 전주에 도착할 수 있다. 서울에서 약 4시간30분.
수락폭포 가는 길은 초행자에게는 조금 까다롭다. 남원에서 밤재터널을 지나면 내리막길. 약 4㎞를 가면 오른쪽으로 '산동'이라는 초록색 이정표가 있다. 이 이정표를 지나자마자 오른쪽 샛길로 내려서야 한다. 좌회전, 굴다리를 지나면 사거리. 왼쪽으로 머물곳
수락폭포 방향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약 2㎞ 달리면 갈림길, 오른쪽 길로 다시 2㎞ 가면 폭포 아래의 주차장이다. 구례읍내의 버스터미널(061-782-3941)에서 수기리행 버스가 오전 6시50분부터 오후 6시 50분까지 하루 16회 운행한다.
수락폭포 인근에는 숙박시설이 많지 않다. 폭포 상류 쪽으로 약 800m 떨어져 있는 삼호농원(061-781-1714)이 숙박객을 받는다. 무료로 야영도 할 수 있다. 조금만 발품을 팔아 지리산 온천이 있는 산동까지 가면 숙박시설이 풍부하다.
지리산온천랜드(783-2900)는 하루에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온천. 게르마늄과 탄산나트륨이 함유돼 있어 피부병 신경통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온천랜드 내에 관광호텔이 있다. 송원리조트(780-8000), 지리산각(783-3600), 그랜드온천장(783-1011) 등도 온천 지구에 들어있는 숙박시설이다. 산동면에서 조금 떨어진 마산면 화엄사 부근에 지리산프라자관광호텔(782-2171), 지리산스위스관광호텔(783-0070)이 있다.
먹거리
구례는 맛있는 음식이 많은 곳이다. 산동의 옛날집(061-783-3886)은 닭백숙과 오리주물럭 등을 맛볼 수 있는 곳. 특히 닭백숙은 지리산 산록에 놓아 기른 토종닭으로 만든다. 씹는 맛이 부드럽고 푸짐하다. 토속적인 밑반찬도 맛있다. 지리산온천랜드에 있는 산하가든(783-9295)은 맛있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낸다. 특히 주인이 직접 썰어내는 한우 등심은 빛깔만 봐도 군침이 돈다. 화엄사 입구에 있는 지리산대통밥(783-0997)은 통대에 쌀을 안쳐 밥을 짓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찬가지수를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구례 쪽으로 가다가 지나게 되는 남원에도 맛있는 음식이 있다. 이제는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남원추어탕이다. 광한루원 근처에 있는 남원새집(063-625-2443)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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