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많아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었을 텐데…."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4일 새벽 갑작스레 투신자살하자 충격을 받은 현대 계열사 직원들은 믿기지 않는 듯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인의 시신은 이날 오전 8시33분께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로 옮겨졌다.
빈소로 달려온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 정몽준 의원 등 고인의 형제들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고인이 유서에서 대북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부탁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도 오후 1시22분께 눈시울을 붉힌 채 빈소에 도착, 장례위원장을 맡아 슬픔을 억누른 채 분주히 움직였다. 고인의 장인 현영원 현대상선 회장은 지팡이를 짚고, 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빈소를 찾았다. 유가족들은 오전 내내 4층 접견실에서 장례절차에 대한 가족회의를 했고,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 실시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유족들은 조화와 조의금을 사양했지만 오후부터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 등 각계의 조화가 밀려들었다. 오후 5시46분께 빈소를 찾은 고건 국무총리는 "고인이 추진하던 대북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을 아침에 통일부에 지시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은 노 대통령의 조의금을 전달하고 "대북경협사업을 변함 없이 추진하는 것이 고인의 뜻 아니겠느냐는 대통령의 전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애도를 대신 전하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는 임동원 전 국정원장도 "경협을 통해 통일 촉진과 평화정착을 위해 갖은 희생을 한 고인의 뜻을 잘 받들어 긴장완화와 통일을 앞당겨야 한다"고 애석해 했다.
이밖에 정대철 민주당 대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홍사덕 이우재 이재정 의원 등 정치인과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서영훈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 사회 원로, 손길승 전경련 회장 박용오 두산 회장, 제프리 존스 주한미주상공회의소 명예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경제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손길승 회장은 "젊고 유능한 기업가를 잃어 정말 안타깝다"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상황을 분석해보겠다"고 말했다. 현대 계열사 직원 100여명은 '근조(僅弔)'라고 적힌 검은 리본을 달고 빈소를 지켰다. 내외신 기자 수백여명도 빈소에서 취재경쟁을 벌였다.
대북경협의 상징사업인 금강산 관광의 출발지 현대아산 속초사무소에 설치된 분향소에도 지역주민과 기관장들의 조문이 잇달았다. 속초사무소 김송철 소장은 "지난달 방북이후 사업도 어느 정도 풀려가는 상황인데 왜 갑자기 돌아가셨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금강산 관광객을 실은 설봉호는 이날 낮 12시30분 뱃고동을 울리며 예정대로 북측 고성항을 향해 출발했다.
한편 현대아산은 이날 정주영 체육관 건설을 위한 평양사무소와 중국 베이징연락사무소에 분향소를 설치한 데 이어 5일 금강산 온정각에도 분향소를 개설키로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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