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흥행에 죽고 산다. 아무리 뛰어난 작품성을 갖춰도 관객이 들지 않으면 실패하는게 상업영화의 현실이다. DVD타이틀도 마찬가지다. 제작업체는 판매 성공 및 실패의 냉혹한 갈림길에서 늘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과연 어떤 DVD가 히트작이 될까. 흥미로운 것은 영화 흥행과 DVD의 인기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엄청난 흥행기록을 세워온 한국영화. 그렇지만 DVD 판매로는 비슷한 흥행성적을 거둔 외화 DVD 판매량에 턱없이 못미친다. DVD 제작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DVD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DVD가 대중화되면서 덕을 본 대표적인 장르는 공상과학(SF), 액션, 애니메이션, 음악영화 분야. '매트릭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진주만' 등은 DVD플레이어를 장만하면 반드시 봐야 할 이른바 '레퍼런스'급 타이틀로 모두 SF나 액션물이다. '아메리칸 뷰티' '포레스트 검프'같은 드라마 대작과 비교하면 아직도 B급 액션이나 SF물이 더 잘 팔린다. 왜 그럴까.
국내에서는 DVD 구입자의 90% 가량이 남성이기 때문이다. 홈시어터의 강력한 입체음향을 맛보기 위해선 역시 SF나 액션물이 최고다. 점차 여성 DVD 애호가도 늘고 있어서 드라마 DVD의 반란도 앞으로 기대해볼 만하다. '물랑루즈' '헤드윅' '투게더'같은 음악영화 DVD도 소장가치가 높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원어와 우리말 더빙이 함께 수록되고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된다. 게다가 아이들은 반복해 보기 때문에 '몬스터 주식회사' '미녀와 야수' '아이스 에이지' 등 애니메이션은 꾸준히 잘 팔린다. 심지어 '이웃집 토토로' '마리 이야기' 등은 극장 흥행수익보다 DVD 매출이 더 많다.
DVD로 나오면서 오히려 홀대받는 장르는 공포, 에로물. 심의 때문에 화끈한(?) 포르노DVD는 수입할 수 없는 실정에 국내 16㎜에로영화는 DVD적인 특성이 살지 않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대여보다 구입자가 많은 특성상 DVD는 에로물은 잘 안팔리는 것이다. 호러 영화는 DVD의 화려한 음향이나 선명한 영상이 너무 잘 살아 오히려 억울하게 외면당하는 장르다. 잘 만든 호러 DVD일수록 볼 때 너무 무서워 소장하기 꺼려지는 탓이다.
무엇보다 영화팬으로서 기쁜 일은 비디오로도 구하기 어려운 예술·독립영화, 고전영화, 다큐멘터리물을 DVD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히치콕, 오손 웰즈, 프랑소와 트뤼포,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작품이 DVD로 잇따라 선보이면서 마니아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VHS비디오라면 아마 이 작품들의 출시는 꿈도 못꾸었을 것이다. 그래서 DVD의 진가가 더욱 빛난다.
/DVD칼럼니스트 kim@journal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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