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재외동포재단(이사장 권병현)이 공동 주최한 제5회 재외동포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시 부문 손희숙(45·미국), 소설 부문 임영록(45·미국), 수필 부문 방인숙(56·미국), 생활수기 부문 고동운(48·미국), 청소년글짓기 부문 박동웅(18·필리핀)씨 등 5명이 선정됐다. 동포 문학인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우고 민족 유대감을 강화하기 위해 실시한 이 공모전에는 21개국에서 180명이 응모했으며, 35명이 입상했다. 시상식은 9월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003 세계한민족문화제전' 개막식과 함께 열린다. 부문별 대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3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며, 수상작은 '제5회 제외동포문학상 수상집'에 묶인다. 5개 부문 대상 수상자의 수상 소감을 싣는다./김지영기자 kimjy@hk.co.kr
■ 시부문 대상 손희숙씨
지난해는 가장 힘든 한 해였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병환 때문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일념으로 병 간호에 매달렸다. 삶에 정장을 차려 입히고 단추 하나 풀어 젖힐 여유도 없이 앞만 바라보고 살아온 나날들…. 간이역이 있다면 내리고 싶었다. 내려서 지친 몸과 마음을 기대고 싶었다.
고향은 어렵고 힘들 때마다 그리워지는 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고향을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시였다. 고향에 가고 싶다는 단순한 꿈으로 작품을 낸 게 현실로 이루어졌다. 주어진 고통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인내하면 그 모습을 지켜보시고 잔이 넘치도록 기쁨으로 채워주시는 그 분께 먼저 이 영광을 드리고 싶다. 부족한 작품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들과 주최측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격려해 주고 이끌어준 하와이 한인문학동인 회원들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 소설부문 대상 임영록씨
15년 동안 살던 집에서 와이키키 근방의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르던 진돗개 한 쌍을 버릴 수도 데려갈 수도 없었는데 농장을 경영하는 성당의 교우 한 분이 키워주겠다고 나섰답니다. 그 녀석들을 농장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농장 주인이 파파야 한 상자를 주었습니다. 농장을 나오는데 개들이 울부짖었습니다. 텅 빈 집에는 덩그러니 파파야 한 상자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 몸뚱어리 하나 남아 있었습니다. 파파야 하나를 꺼내 반을 잘라내니 추억처럼 많은 사연이 검은 씨와 함께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때 수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녀석들은 파파야 한 상자와 그 소식을 전해 주고 갔습니다. 한국을 떠나 사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그리움과 아쉬움입니다. 재외동포재단 관계자 여러분과 심사 위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그 그리움과 아쉬움을 승화시켜 좋은 작품을 쓰라는 말씀으로 기억하겠습니다.
■ 수필부문 대상 방인숙씨
당선 통보 전화를 받는 순간 감격의 기쁨이 해일처럼 저를 덮쳤습니다. 부끄럽지만 '5수'만에 당선소감을 쓴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그 동안 무려 네 차례 낙담과 상처에 절여진 채 길바닥에 뒹구는 낙엽처럼 헤매곤 했었지요. 저는 언젠가는 하늘을 날 것이란 꿈을 품고 있는 새이기도 했습니다. 하늘 속에 안긴 기쁨은 분명 환희와 행복입니다.
글 쓰는 것이 힘들어질 때마다 많은 격려의 시선이 저를 붙들어주곤 합니다. "수고했어!"라는 말로 기쁨을 표시한 남편. "엄마 대단해!"하며 환호하는 딸과 아들. "드디어 대상이야!"하는 내 전화에 숨죽인 울음으로 침묵하던 동생들. 늘 따뜻하게 지켜봐 주던 친구들. 만년 후보생을 급제시켜 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내가 엎어질 때마다, 꿈 속에 오셔서 일으켜주시곤 하던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 생활수기부문 대상 고동운씨
남가주의 여름 날씨답지 않게 후덥지근하고 약간은 끈적거리는 더위가 며칠 째 계속되고 있었다.
떠나온 고국의 여름을 연상시키는 그런 더위였다. 더위가 한풀 꺾인 날, 이메일을 받았다. 내가 보낸 이야기가 대상에 당선됐다는 소식이었다.
내가 공부하고 싶어했을 때 나를 학교에 보내주지 못한 고국이었다. 독학으로 공부를 한 후에도 자립의 기회를 마련해 주지 못했던 고향이다. 타국 생활이 10여 년쯤 지난 후부터 나는 고국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건 마치 산란기의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비슷한 본능이었다. 모처럼 고국 땅을 밟게 되어 기쁘다. 부족한 글, 내세울 것 없는 이야기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과 주최측에 감사드린다.
■ 청소년 글짓기부문 대상 박동웅
수상 소식을 전화로 들었을 때 하나님께 무릎 꿇고 감사 기도를 드렸고 부모님께 달려가 이 기쁜 소식을 알려드렸다.
처음엔 어디서부터, 어떤 짜임새로 글을 써야 할지 난감했다. 차츰 생각이 정리되면서 하나 둘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동안 어릴 적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생활에 바빠서 옛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지을 만한 여유조차 없었는데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그 때를 생각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많은 분들의 사랑과 격려의 덕분이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부족하지만 제 글을 뽑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를 계기로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데 더욱 힘쓰고,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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