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의 효율적 개편 차원에서 논의돼 온 국립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의 통합 문제가 끝내 무산될 전망이다. 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은 최근 비공식 간담회를 갖고 현 상황에서 각자의 조직과 기능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이며 통합문제는 차후에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관광부도 이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6일 열리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2차 보고회에서 현행 유지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문화관광부는 당초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의 정부조직 효율적 개편 방침에 따라 박물관과 문화재청의 통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검토를 거듭해 왔으나 두 기관의 반대로 사실상 통합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현재 박물관은 문화관광부 산하 기관이고, 문화재청은 문화부 외국으로 있다가 1999년 외청으로 승격됐다. 강봉석 행정인사과장은 "두 기관이 모두 서로의 기능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어 섣부른 통합은 오히려 부작용을 부를 것"이라며 "양측이 보고서를 제출하면 중복 기능을 정리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방침은 애초의 조직개편 취지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서 당분간 통합은 물론 업무 조정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박물관과 문화재청은 수 차례 통합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각자가 주도하는 흡수통합을 주장해 왔고, 실제로 중복된 기능도 별로 없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중앙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전시와 관리, 교육과 홍보기능을 하는 박물관과 유물의 보존처리·기술 개발 등을 주로 하는 문화재청의 업무는 엄연히 다르고 세계 어느 나라도 박물관이 행정기관과 통합돼 운영되는 경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두 기관이 통합될 경우 박물관이 행정기관화, 대국민 서비스보다는 각종 인허가 업무나 도굴사건 조사 등에 뛰어다녀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부터 전통문화정책의 일원화를 위해 박물관과의 통합을 주장해온 문화재청은 "우선은 지금처럼 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두 기관이 합쳐질 경우 원활한 업무협조나 인력교류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반면 간섭과 개입에 따른 문제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현재 다양한 부처와 산하 기관에서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문화유산 관련 국가기관을 통폐합 운영하면 예산과 인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문화유산의 정책·기획·조율 업무를 담당할 별도 통합 기구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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