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장·차관과 청와대 고위 참모진이 참석한 국정토론회에서 피력한 언론관은 언론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있다. 감정에 치우쳤을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잘못 됐다. 노 대통령이 시장지배력이 큰 특정 신문들에 의해 필요 이상의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처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론인 모두를 매도하거나 언론 전체에 대해 오기식 접근을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대한민국 언론에는 노 대통령이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특정 신문만 있는 게 아니다. 균형 잡힌 보도와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나름의 노력을 하는 신문도 있고, 참여정부 탄생의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는 신문도 있다. 친 정부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방송매체도 있고, 언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인터넷 매체도 있다. 능력 있는 정부라면 사안별로 적확한 대응을 하는 정교함이 있어야 한다. 특정 신문들에 화가 난다고 언론 전체를 싸잡아 적으로 돌리는 것은 현명치 못한 처사다.
노 대통령은 "(자신과) 언론과의 갈등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 파업현장과 소외·약자를 좇던 시기에 시작됐다"고 했다. 그의 언론관이 세상이 변했음에도 십 수년전의 권위주의 시절에 머물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또 언론과의 접촉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기자들에게 술밥을 사라는 얘기냐"고 되물었다. 당선자 시절 많은 언론인의 직업적 자존심을 건드렸던 얘기를 대통령이 된 지 5개월이 지나서도 되풀이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격한 언사를 쏟아내는 것은 5월 방미를 전후해 언론인을 잇달아 접촉, 여러 얘기를 듣던 모습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언론과 정부가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서로를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감정적 대립은 백해무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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