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49·사진) 영국 총리가 2일로 노동당 출신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웠다.1997년 43세로 최연소 총리가 된 그는 이날 클레멘트 애틀리 총리의 재임 기록(1945∼51년 6년 92일)을 깼다. 특히 2006년 6월 총선에서 총리 3기 연임을 꿈꾸고 있어, 성공한다면 재임 12년의 보수당 출신 마거릿 대처를 제치고 영국사상 최장수 총리가 된다.
그러나 이날 블레어 총리는 우울해 보였다. 주변의 눈초리도 곱지 않다. "블레어가 애틀리의 재임 기록은 깼지만 그 업적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폄하한 동료의원도 있었다.
7월 3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도 축하 대신 "이라크에서 아직까지도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 못했는데 사임할 생각은 없으신지…"라는 식의 짓궂은 질문이 쏟아졌다.
블레어는 97년 전통적 사회민주주의에 자유시장주의를 혼합한 '제3의 길' 노선을 제시해 침몰해 가던 노동당을 재건했다. 또한 취임 이후 영국인들은 가장 낮은 수준의 금리와 물가상승, 저실업률 등으로 상당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처럼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업적을 이룩한 그가 우울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이라크 전쟁 때문이다. 그는 특유의 뚝심으로 미국과 함께 이라크전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곧 그 역풍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주요한 전쟁 명분으로 내세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전쟁이 끝난 지 두 달이 넘도록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량살상무기 관련 정보를 왜곡했다는 논란에 휘말렸고, 이 과정에서 국방부 무기 전문가 데이비드 켈리 박사가 자살하는 사건까지 터졌다. 국내에서는 사임 압력이 거세지고, 국제사회에서도 영 모양이 우습게 된 것이다. 블레어는 2일 가족과 함께 카리브해 동남쪽 영연방 섬나라 바베이도스로 3주간 여름 휴가를 떠났다.
/김철훈기자chkim@hk.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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