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주년을 맞은 일본 수도 도쿄(東京) 곳곳에서 삭막한 빌딩 숲의 이미지를 탈피해 문화 도시로 거듭나려는 바람이 일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미나토(港)구. 이 지역에는 일본의 대표적 환락가인 아카사카(赤坂)와 롯폰기(六本木)가 자리잡고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민간 방송국들이 잇따라 이전해와 이미지가 달라지고 있다.오다이바(台場)의 후지TV, 아카사카에 자리잡은 TBS에 이어 아사히TV와 니혼TV도 각각 롯폰기 재개발지와 국철 소유지를 개발한 시오도메(汐留)에 새 사옥을 마련했다. 4∼5개월이 걸리는 대규모 이사가 한창 진행 중이며, 10월을 전후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사옥 이전의 주된 목적은 올 12월로 다가온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대비해 디지털 방송 설비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그러나 두 방송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사옥 이전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 아래, 대대적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니혼TV는 사옥 이전과 개국 50주년을 기념해 8월 한 달간 '아트'를 테마로 퍼포먼스, 판토마임, 재즈 및 클래식 라이브 공연 등을 무료로 연다. 아사히TV도 '제3의 개국'을 기치로 새 사옥에 마련한 문화 공간을 활용하는 공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새 사옥이 자리잡은 롯폰기를 적극 홍보하는 프로그램도 제작한다.
사옥 이전과 같은 특별한 일이 없어도 일본 방송사들은 매년 시청자를 위한 이벤트를 연다. 후지TV는 '모험심'을 주제로 드라마 '워터보이즈' 등 인기 프로그램의 체험 코너, 공전의 히트를 기록중인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2' 전시장, 애니메이션 상영회 등을 마련하고, 지난해의 152만 명을 크게 웃도는 200만 명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이런 이벤트를 통해 자사의 이미지를 높이고 프로그램을 적극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비디오와 캐릭터 등 관련 상품을 판매해 짭짤한 부수입도 올릴 수 있다. 나아가 지역 주민에게 다양한 문화 행사를 제공하고, 지역을 널리 홍보해주는 효과도 적지 않다.
방송사 사옥이 들어설 경우 지가 상승과 유동 인구 증가, 연관 산업 유치 등이 뒤따라 지역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여기에 덧붙여 문화적 측면에서의 지역 공헌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간 방송 본사가 총 집결한 미나토구가 과거의 환락가 이미지에서 벗어나 문화 중심지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경환·일본 조치대
신문방송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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