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6자 회담 속 양자 대화'를 갖기로 했으나 회담의 순탄한 진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양자 대화의 모양새에 대한 의중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북한은 1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에서 "6자 회담 안에서 '쌍무 회담'을 여는 방안을 미측에 제안했다"고 밝혀 양자 대화가 6자 회담의 종속 변수가 아니라 별도의 실질적인 협상 자리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대변인은 "대화 테이블에 자리할 경우 한 당사자가 원하는 사항을 다른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할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6자 테이블에서 북한 대표에게 할 말을 하겠다는 것인지, 별도의 접촉을 갖겠다는 것인지가 애매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월 의회에서 "다자 회담 속 양자 회담도 가능하다"고 증언한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에게 '입조심'을 경고할 만큼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다. 부시는 7월 30일에는 "북한의 양자 회담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 외교적 해법의 진전"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입장은 양자 대화의 수준 자체가 협상 전략이라는 쪽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양자 접촉에는 티 타임, 식사, 별도 회담 등 융통성이 많다"며 "핵심 쟁점에 대한 북의 태도에 따라 미국이 생각하는 양자 대화의 밀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행정부 내 강경파의 입장도 변수다. 강경파와 대화론자들은 한·일이 제시한 '3국 공동 제안안'을 두고 논쟁 중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회담 내용뿐 아니라 형식 문제도 결정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북미간에 핵 포기와 체제 보장 문제에 관한 교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좌석 배치 등 형식 문제로 공전했던 4자 회담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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