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6자 회담의 틀 속에서 대화를 갖기로 의견을 접근시킴에 따라 북한 핵 위기를 외교적 방법으로 해소할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6자 회담 속에서 1대 1 대화를 보장하는 문제를 두고 북미간에 샅바 싸움이 예상되지만 대세는 미국이 주장해온 다자적 접근 방식의 흐름을 타고 있다.회담 형식과 개최 시기
진통 끝에 회담 형식은 3자 회담을 거치지 않고 바로 6자 회담으로 직행하게 됐다. 북한은 미국쪽으로 기운듯한 중국이 낀 3자 회담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그들에게 더 우호적일 수 있는 러시아를 회담에 끌어들여 '다자 압박'의 수위를 낮추려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6자 회담을 수용한 북한의 셈법은 형식에 집착하지 않되 실질적 내용물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6자 회담이 열리면 미국과의 '실질적 대화'를 요구하면서 체제보장과 경제지원 등 반대급부를 챙기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점은 더 많은 주변국을 회담에 참여시켜 북한의 핵 포기를 압박하려는 미국의 의도와 상충된다. 향후 회담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회담 시기는 8월 중 개최설과 9월 개최설이 상존하고 있다.
쟁점·회담 전망
6자 회담 개최가 북미간 실질적 현안 타결에 돌파구가 열렸다는 것까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향후 회담의 관건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를 끌어내려는 미국 입장과 미국의 확실한 체제보장을 약속 받으려는 북한의 주장 사이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느냐는 데 달려 있다.
미국은 북한 안전보장에 대한 어렴풋한 윤곽을 중국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북한이 다자회담을 수용할 길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불가침 협정은 곤란하지만 다른 형식의 안전 보장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해 향후 구체적 복안을 제시할 것임을 시사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첫 단계로 회의 당사국 공동으로 북한에 불가침 보장을 해주고 경제적 정치적 관계 개선에 대한 논의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회담의 결과물로 나올 합의 문서의 일부로서, 불가침 협정에 준하는 내용을 성명에 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과연 이 수준에서 만족할 것인가가 회담 성공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 입장
미 정부는 북한의 회담 수용을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부시 정부 내 대화론자들은 불가침 보장과 함께 에너지 지원, 국제금융기구 가입, 관계 정상화 등 당근을 제시할 필요성을 꺼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하지만 체제보장을 해준다고 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인가에 대해 회의를 갖는 시각도 강하다. 특히 강경파들은 북한을 경제적·정치적·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이 핵 포기를 끌어내는 유일한 길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이 점에서 향후 다자 회담에서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경파들에게 대 북한 압박정책의 고삐를 더욱 죄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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