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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오페라 경쟁… 한국이 봉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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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오페라 경쟁… 한국이 봉될라

입력
2003.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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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야외오페라 '투란도트'의 성공 이후 초대형 야외오페라 공연이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과열 우려를 낳고 있다.과열 경쟁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한 차례 초대형 오페라 공연을 추진하다가 충돌한 CnA 코리아(대표 배경환)와 뉴서울 오페라단(단장 홍지원). 두 단체는 5월에 야외오페라 '아이다'를 각각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9월에 공연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연 준비에서 한발 늦었던 뉴서울오페라단의 홍지원 단장이 "아이다 공연을 취소하고 내년 5월6∼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카르멘을 하겠다"고 양보해 양측의 논쟁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CnA 코리아측이 최근 내년 5월15·16일, 19·20일 4일간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카르멘'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카르멘'은 프랑스의 작곡가 비제가 작곡한 오페라로 매혹적 집시여성 카르멘과 고지식한 군인 돈 호세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스페인의 세빌리아를 배경으로 투우 등 스페인의 문화와 '하바네라' 등 남국의 정취를 풍기는 노래가 많아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다. '투란도트'가 끝난 후 한 설문조사에서 야외오페라로 가장 보고 싶은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두 단체는 "무조건 밀어 붙이면 곤란하다"며 서로에게 강한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뉴서울오페라단의 홍 단장은 "모양새가 안 좋아 한번 포기했는데 자꾸만 상황을 어렵게 만든다"며 "이미지에 타격이 워낙 커서 또 다시 취소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CnA코리아의 배경환 대표는 "우리가 1995년부터 공연을 준비해 온 작품"이라고 일축했다. CnA 코리아는 이미 지난달 28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국대사관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어 한국을 비롯, 스페인과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지에서 순회공연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 서울에서 가진 제작 발표회에서는 3대 테너의 뒤를 잇는 유망주 호세 쿠라와 계약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호세 쿠라 얘기가 나오자 예술의전당까지 싸움에 뛰어들 조짐이다. 호세 쿠라는 10월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사스 등의 여파로 내년 5월로 공연을 연기했다가 최근 취소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계약서까지 보내온 상태에서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며 "개런티를 더 주고 데려갔을 수도 있다"고 CnA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예술의전당측은 호세 쿠라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인 결과 아직 쿠라가 CnA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nA 코리아측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고 공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다툼을 지켜본 공연 관계자들은 "이러다가 한국이 세계 오페라계의 봉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경쟁적으로 야외오페라를 추진하다 보니 무조건 전작보다 규모가 커져 관람료가 비싸지고 있다"며 "자금성의 재현('투란도트')에 이어 코끼리와 낙타('아이다')가 등장하는가 하면 원작에도 없는 투우 장면('카르멘')까지 추진되고 있다니 실소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제휴·초청 단체나 프로덕션도 경쟁적으로 장이모('투란도트')에 이어 이탈리아 파르마극장('아이다'), 명 감독 프랑코 제피렐리와 베로나 극장(뉴서울 오페라단의 '카르멘') 등 세계 일류만 고집하고 있다. 호세 쿠라의 이름이 나오자 플라시도 도밍고, 홍혜경, 조수미 등 세계 정상 성악가들이 잇따라 거론되고 있다.

그 결과 비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9월에 열리는 '아이다'는 입장권 최고가가 60만원이다. 제작비도 '투란도트'(65억원), '아이다'(70억원), '카르멘'(둘 다 60억원 이상) 모두 엄청나다. 개런티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다. 호세 쿠라가 이탈리아오페라극장에 설 때의 개런티는 2,50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에 올 때는 훨씬 많은 개런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공연 관계자는 "카르멘이 두 개 모두 성공하려면 30만 명이 넘게 봐야 하는데 국내 공연시장 규모로 보아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오페라는 무조건 유명인을 데리고 오는 것보다 오케스트라와 무대의 조화 등 내실을 기하는 게 중요한데 너무 상업적으로 흐른다"고 비판했다. 우선 9월의 '아이다' 공연이 야외오페라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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