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지음 문이당 발행·전3권 각권 8,500원김정현(46)씨가 장편소설 '길 없는 사람들'을 출간했다. 그는 암으로 죽음을 앞둔 중년 가장의 이야기를 다뤄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아버지'로 알려진 작가다.
김씨는 '길 없는 사람들'을 집필하기 위해 6년여 분단, 통일 문제에 관한 자료와 탈북자의 증언을 수집했다. 수십 차례 중국을 드나들다가 1년 전부터 아예 가족과 함께 중국 베이징(北京)에 눌러앉았다.
'길 없는 사람들'은 탈북 남녀의 사랑과 고난의 행로를 그린 작품이다. 비전향 장기수의 딸 김지숙이 우연히 탈북한 권장혁의 유랑길의 동행이 되면서 겪는 역정이 펼쳐진다.
경찰관 출신인 작가 김씨가 전하는 잠행과 탈출, 도주, 추격 등의 과정은 생생하다. 남북한과 중국, 홍콩, 미얀마, 태국에서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1만㎞의 험난한 여정은 작가 김씨가 발로 뛴 취재의 기록이기도 하다. "내가 가는 길목마다 마주치는 그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슴 아픈 기억은 굶주린 유랑의 길에서도 염치를 지키려던 어린 눈빛이었다"는 말로 김씨는 자신이 만난 탈북자를 기억한다.
'길 없는 사람들'의 비극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인한 분단 상황에서 나온 것이지만, 작가는 무엇보다 인간 본래의 진실된 감정을 앞에 놓는다. '체제보다 국익보다, 자유와 사랑이 소중하다'는 게 작품의 주제다.
소설에서 지숙과 장혁은 이국 땅을 헤매 다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애정이 깊어진다. 떠도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비전향 장기수와 국군 포로 문제, 탈북자의 위기와 고통 등 분단의 현안이 촘촘하게 엮였다. 이념과 사상에 희생된 이들 평범한 사람들은 놀랍도록 끈질긴 생명력과 의지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1999년 '전야'라는 제목으로 일부를 발표했던 것을 4년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김정현씨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감히 이어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외피일 뿐이라는 생각에 미뤄왔던 원고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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