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사진작가 10명이 양국 현대사의 아픔을 담은 대규모 다큐멘터리 사진전을 열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전을 한일 양국 작가들이 공동으로 추진해 양국에서 함께 여는 것은 처음이다.한국의 이용남, 안해룡, 국수용, 신동필, 노순택과 일본의 이시가와 마오, 히가 토요미츠, 마키다 키요시, 존 마쓰모토, 배 소씨 등은 '한국 일본 오키나와에 관한 기록과 기억, 사진가 10인의 눈'이라는 긴 제목의 전시회에서 250여점의 사진을 선보이고 있다. 6월 24일 오키나와에서 시작된 전시회는 몰려든 관객들로 성황을 이루었고 지난달 9일 오사카, 18일 도쿄를 거쳐 이달 13일 서울 서초동 한전 갤러리에서 열린다.
10명의 공통점은 역사에 대한 관심. 신동필씨는 "묻혀 있는 주변부 역사와 소외된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 기록한다"고 설명한다. 이들의 관심사는 미군 기지촌(이용남), 종군위안부(안해룡), 매향리(국수용), 한국인 원폭피해자(신동필), 여중생 사망사건(노순택), 오키나와주둔 미군(이시가와), 일본의 혼혈아들(마쓰모토), 전쟁의 상처(히가), 재일한국인(마키다), 일본의 전후보상(배 소) 등으로 모두 미국과 전쟁이 개입된 사안들이다.
이들 중 이시가와씨는 오키나와주둔 미군이란 한가지 주제만 평생토록 찍고 있고, 국수용씨는 매향리관련 사진촬영을 위해 군사보호시설을 침입한 혐의로 구속된 적도 있다.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존 마쓰모토, 재일동포 2.5세인 배 소씨는 혼혈아라는 자신의 체험이 곧 사진의 주제다. 모두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를 하나의 운동으로 여기는 이들이다. 열 사람이 모인 계기는 지난해 국수용씨가 신동필씨와 함께 오키나와를 방문한 것. 지인들을 통해 이시가와씨를 만났다. 서로 각자의 사진집을 교환한 세 사람은 한눈에 '동지'를 알아 보았다.
이시가와씨의 사진들은 오키나와 태생의 여성으로 대장암 투병 중이면서도 사진 찍기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항암제 투여를 거부한 그 자신의 느낌 그대로였다. 자신들이 찍은 역사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공통의 소망을 확인하고는 함께 전시회를 꾸려보자고 자연스레 의기투합했다.
세 사람은 이후 300∼400여통의 문서와 사진 파일을 교환하며 의견을 나누었고 뜻을 같이 하는 작가들을 모았다. 주제와 취지는 같지만 전시회와 관련한 방법론은 전시회가 열릴 도시마다 실행위원회를 꾸려 각자의 사정에 맞게 달리했다. 작가들은 이미 찍어 두었던 사진들을 보충하기 위해 틈틈이 작업을 했고 사진 설명도 직접 달았다.
작가들 자신에게도 이번 사진전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한일 양국의 굴곡진 역사를 다시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남은 바람은 보다 많은 이들이 '사진의 힘'에 공감했으면 하는 것. 서울 전시회가 끝나면 내년쯤 사진 속의 아픔에 많은 책임을 져야 할 미국에서도 전시회를 열 생각이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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