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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새벽을 여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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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새벽을 여는 아이들

입력
2003.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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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글·이상권 그림 계림북스쿨 발행·7,000원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와 동생 둘과 함께 살면서 아침마다 신문배달을 하는 효준이. 고아로 자랐지만 고아원을 세우고 소년소녀 가장을 도와주려는 꿈을 가진 신문 보급소 소장 형제. 소장님을 위해서 돈을 모아 생일 잔치를 해주는 보급소 친구들. 노경실(45)씨의 장편동화 '새벽을 여는 아이들'에 나오는 건강한 사람들이다. 가난하지만 바르고 고운 마음을 가진 이 사람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겨우내 신문을 돌리던 효준이가 개를 키우는 커다란 집에 사는 여자 아이 경지를 만났다. 멋만 내는 철부지인 줄 알았더니 경지는 밝고 영리하다. "요즘 사람들은 툭하면 싸우는데 웃는 병이 있다면 그 병에 걸려 매일 웃고 살면 얼마나 좋은 사회가 되겠어?"라고 말하기도 하고, "중요한 건 잘못을 했을 때 변명하지 않고 조심하는 마음을 갖는 거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효준이는 신문을 같이 배달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하는 경지가 참 괜찮은 애 같다고 느낀다. 소장님의 생일 잔치에서 보급소 친구와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경지를 보면서, "이 세상에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없어. 사는 방법이 틀려서 그럴 뿐이야"라는 효준이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상이 마냥 따뜻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교수인 경지 아버지가 소장님의 쌍둥이 형을 숨지게 한 뺑소니 사고의 범인이란다. 아픈 어머니를 병원에 데려다 준 고마운 분이. 집에 찾아온 보급소 소장에게 사람을 협박하지 말라며 잘못을 부인하다가, 자수하라는 딸의 눈물 섞인 권유에 아버지는 털썩 주저앉는다. 딸에게 "잘못을 했을 때 변명하지 않고 책임져야 한다"고 가르쳤던 게 돌아온 것이다.

약해지는 마음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 효준이의 친구 문철이는 함께 노래 부른 경지의 아버지가 뺑소니 사고의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어쩔 줄 몰라 한다. 잘못을 뉘우치는 경지 아버지를 보면서 소장은 덮어둘까 고민하다가도, '경지가 안됐어. 하지만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해'라고 마음을 다진다. 효준이의 생각처럼 이 세상에 본래 나쁜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좋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선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다. 작가가 전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의 소중함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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