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파라마운트 픽쳐스사 사장은 지난해 말 시장 조사차 우리나라를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올해 11월 출시 예정인 '인디아나존스 3부작' DVD가 '세계 최초 DVD 제작'이라는 수식을 단 채 용산 전자상가에서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DVD는 레이저디스크를 불법 복제한 것이지만, 국내 M사의 이름을 달고 정품처럼 팔리고 있었다. 그는 추후 법적 행위의 근거 자료로 삼기 위해 이 DVD를 미국으로 가져갔다.한국이 해적판 영화 왕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터미네이터3' '매트릭스2' '툼레이더2' '지구를 지켜라' '007어나더데이' 등 극장에서 현재 상영중이거나 DVD로 출시된 영화들이 '디빅'(Divx. Digital Video Express) 등 불법 동영상으로 복제돼 인터넷에 퍼지거나 '따오(盜)판'으로 불리는 똑같은 형태의 복사DVD로 제작돼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요즘 유통되는 디빅 파일의 경우 갓 출시된 DVD 영화를 그대로 복제해 안방극장(홈시어터) 시스템처럼 6개의 스피커로 소리가 재생되며 정품 DVD에 버금가는 화질을 갖고 있다. 파일형태도 확장자가 AVI인 파일로 제작돼 윈도에 기본 탑재된 윈도미디어플레이어에서 바로 재생할 수 있다.
시차도 없어서 정품 DVD가 출시되거나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면 바로 해적판이 등장한다. 7월 29일 출시된 '와일드카드' DVD는 출시 하루만에 불법복제파일이 등장했으며 '터미네이터3', '툼레이더2'의 경우 극장에서 캠코더로 촬영한 불법복제 파일이 돌고 있다.
불법 복제파일 정보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NFO뉴스'의 경우 불법 복제파일이 제작되면 게시판에 바로 영화제목과 해당 파일 정보를 게재한다. 이용자들은 이를 보고 'e동키' 등의 파일교환(P2P) 프로그램을 이용해 불법 복제파일을 주고 받는다.
영화계에서는 영상업체를 위장한 전문 제작업체에서 불법 복제파일을 만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인디아나존스 3부작'을 만든 M사. 이밖에도 '따오판' 전문 제작업체들이 다수 있으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실체파악 및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지근한 단속 및 처벌조항은 큰 문제. 일부 불법복제 DVD 판매업자들은 조직폭력배를 등에 업고 정품 판매점 앞에서 버젓이 복제품을 팔고 있으나 정품판매상들은 위협이 두려워 신고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당국에서는 아르바이트일꾼만 잡아갔다가 훈방하는 정도의 단순 단속에 그치고 있다.
한국영상협회의 활동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한 회원사는 "한국영상협회의 단속이 사후 약방문 수준에 그쳐 작품 1편당 200만∼300만원인 단속비를 내기가 아까울 정도"라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이용자들의 도덕성 결여도 문제. 파라마운트 홈엔터테인먼트코리아의 신경모 과장은 "파일 복제를 당연시 여기고 죄의식을 갖지 않는 이용자들이 문제"라며 "디빅파일 교환도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령, 저작권법,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에 따라 3,000만∼5,000만원의 벌금형이 가능한 처벌대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불법 복제파일 제작자 및 유통자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나치게 높은 DVD 가격대를 CD 음반 수준으로 낮춰 불법 복제물에 대한 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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