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한반도 주변에서 난파 당한 선박의 중요한 기착지였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국제 문물과 문화가 교류하는 매개지로서 서구의 지도에도 일찌감치 표시될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제주도의 이런 지리학·문화사적 위상을 살펴볼 수 있는 두 전시회가 열린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항해와 표류와 관련된 각종 기록과 유물을 모은 '항해와 표류의 역사' 전과, 서양 고지도에 나타난 제주도를 조명하는 '서양 고지도 속의 제주도' 전이다.8월8일∼10월12일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열리는 '항해와 표류의 역사' 전은 하멜의 제주도 표류 350주년을 기념해 하멜의 육필 원고를 비롯, 각종 기록과 유물 250여 점을 선보인다.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하멜의 기록은 네덜란드 국립공문서보관소의 식민지 문서철에 보관된 것으로 당시 하멜이 제출한 필사본 6부 중 하나로 추정된다. '난선제주도난파기(蘭船濟州島難破記)'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직원인 하멜이 대만을 떠나 일본 나가사키(長崎)로 향하다가 폭풍을 만나 1653년 8월16일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부터 1664년 탈출에 성공할 때까지의 경험을 기행문 형식으로 담았다. 이는 하멜이 조선에 억류된 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청구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1668년 암스테르담 등 각 지역에서 '하멜 표류기'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또 18세기 후반 파산하기 전까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무역으로 엄청난 부를 끌어 모았던 암스테르담 동인도회사 조선소 직원들의 행렬을 그린 그림과 조선 시대 최고의 중국 견문록이라고 할 수 있는 최부(1454∼1504)의 표해록을 일본어로 펴낸 '당토행정기'(唐土行程記)와 장한철(1744∼?)이 유구 열도(지금의 오키나와) 등을 표류하며 기록한 표해록 등도 전시한다. (064)720―8101
경희대 혜정문화연구소 주최로 8월5일∼9월26일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서양 고지도 속의 제주도' 전에서는 제주도를 풍마(Fungma), 켈파트(Quelpeart), 키추(Kitcheou) 등으로 표기한 16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의 고지도 33점을 만날 수 있다. 이중 1595년 이탈리아 선교사 테이세이라가 제주도를 도적의 섬으로 표기한 지도와 1737년 당빌의 한반도 전도 등 5점은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서양 고지도에서 한반도와 제주도는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면서부터 표기되기 시작했으며 초기에는 흔히 한반도가 중국·일본에 부속된 섬으로 나와 있고 제주도는 도적 섬이나 해적 섬으로 표시돼 있다. (064)753―8771
/최진환기자 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