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법관 인사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인사를 앞두고 시민단체들이 본격적인 후보 추천에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박재승)는 30일 9월 임기만료를 앞둔 서성 대법관 후임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최병모(54·사시 16회) 회장과 박시환(50·사시 21회) 서울지법 부장판사 등 2명을 추천키로 했다고 밝혔다.판사 출신의 최 회장은 민변 창립 멤버로, '옷로비 의혹사건' 특별검사를 맡았다. 박 부장판사는 1985년 인천지법에 근무하면서 반정부 시위로 즉심에 넘겨진 대학생 11명에게 전원 무죄판결을 내려 영월지원으로 좌천되는 등 진보적 성향의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달부터 '대법관·헌법재판관 후보 시민추천위원회'를 운영해 온 참여연대와 민변도 다음 달 1일 기자회견을 통해 3배수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전국 1,000여개 시민단체들을 대상으로 후보 추천을 받았으며 6명 정도로 최종 압축될 것"이라며 "서 대법관과 8월 말 퇴임하는 한대현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들을 직책 구분 없이 공동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종 후보로 선정될 6명은 재조 2명과 재야 2명, 여성 2명이며 여성 후보는 고법 부장판사급에서 추천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법부장으로 재직중인 여성판사는 이영애(서울고법·사시 13회) 전효숙(서울고법·17회) 전수안(서울고법·18회) 김영란(대전고법·21회)씨 등 4명이다.
시민단체의 후보추천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공개추천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기본 방침에 변화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 인사가 내부 승진으로 이뤄질 경우 사시 11회나 12회에서 발탁될 전망이다. 11회에서는 김동건 서울지법원장과 김용담 광주고법원장, 12회는 양승태 법원행정처 차장 등이 거론된다. 파격적인 서열파괴 가능성도 점쳐지는데 14회의 김황식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홍훈 법원도서관장, 17회의 조대현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실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기존 조직질서에 파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서열파괴 인사를 하되 여성을 임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성은 소수그룹 배려 차원으로 받아들여져 서열이 다소 낮아도 기존 질서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다음달 초 대법관임명제청자문위원회를 구성, 8월15일을 전후해 대법관 후보를 임명 제청할 방침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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