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세계 500대 기업들 간에도 경쟁이 심화돼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가 퇴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30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글로벌 기업의 최근 동향과 부침요인'에 따르면 세계 500대 기업간의 2002년도 순이익 편차가 전년에 비해 89% 증가했고, 각 업종의 선두기업과 최하위 기업간의 이익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등 대기업 사이에도 '1등만이 살아 남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95년 매출·이익 상위 각 50개 기업 중 2002년에도 남아있는 기업은 35개와 23개에 불과했다. 모토로라의 경우 디지털 전환 지연 등으로 1997년 시장 점유율 24%에서 2002년에는 14%로 추락했고, 할인점 사업을 개척한 K마트는 무분별한 사업다각화로 지난해 파산하고 말았다.
1등 기업만 성장세 유지
이 같은 경쟁심화 속에서 분야별 1등 기업만 성장세를 유지하고 하위 기업들은 마이너스 성장과 적자에 허덕이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선두업체인 인텔은 2002년 31억 달러의 흑자를 보였으나, 반도체 산업 전체는 2억 달러 적자였다. 경쟁이 치열했던 통신기기 산업의 경우 전체적으로 147억 달러의 대형 적자를 기록했으나, 선두 노키아는 32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종합전자 분야에서도 산업전체는 43억 달러 적자였으나, 선두 삼성전자는 60억 달러 흑자였다.
기업간 합종연횡도 활발해져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IBM·휴렛팩커드·소니·노키아·삼성전자 등 17개사가 '디지털 홈 네트워크 그룹'을 조직하는 등 이종 업종간의 대형 교류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20-20-20클럽 지향
보고서는 이 같은 국제경영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도 매출, 이익, 시장가치에서 모두 세계 20위권에 진입하는 '20-20-20 클럽' 기업이 탄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GE, 엑슨모빌, 로얄 더치쉘, BP(British Petroleum), 월마트, 시티그룹 등 6개사가 이에 해당한다.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이익부분 18위(매출 59위, 시장가치 67위)에 진입해 이에 근접했으며, 일본 대표기업인 도요타 자동차는 매출 8위, 순이익은 10위지만, 시장가치가 26에 그쳐 20-20-20 클럽 진입에 실패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는 글로벌 지위의 관점에서 기업의 위치를 파악하고, 개선전략을 시행하는 한편 당면한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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