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권총강도 용의자의 집에서 한 살림을 차릴 만한 살상용 무기들이 대량 발견돼 경찰이 깜짝 놀란 것 같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총기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는데도 경찰은 이를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무기를 구입했다는 청계천일대에 취재기자들이 찾아가 확인해 보니 무엇이든 구입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4월에 부산에서 러시아 조폭들 간의 총기살인극이 벌어졌을 때도 지적됐지만, 총기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경찰은 올들어 단속한 총기류사범이 770건 977명이라고 밝혔는데, 대구의 경우를 보더라도 적발되지 않은 불법 거래·소지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특히 완제품을 몰래 들여오는 경우보다 부품을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제작, 조립하는 경우는 거의 적발되지 않고 있다. 경찰이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을 개정, 내년 1월부터 부품도 단속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외로부터의 반입과정에서 부품을 식별하기가 쉽지 않아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밀수경로는 어느 정도 파악돼 있다지만, 국내 부품 제조업자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강도용의자의 진술에 따라 이번에 경찰이 황학동 벼룩시장 일대를 뒤졌는데도 별 성과가 없었던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경찰은 개정된 법을 바탕으로 불법총기를 지속적으로 단속해야 한다. 특히 군과 협조, 미군부대 주변의 이른바 블랙 마켓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국내외 불법 거래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 대구에서 적발된 총기의 경우, 일단의 특수부대가 무장할 수 있을 만큼 그 종류가 다양했다. 개인도 이 정도인데 폭력배를 비롯한 집단이 조직적으로 무기를 갖추게 내버려 둔다면 대량 인명피해를 내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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