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스타메이커]서울예술대 김효경 교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스타메이커]서울예술대 김효경 교수

입력
2003.07.31 00:00
0 0

"유명한 제자가 워낙 많으니까 교수가 특출한 능력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성공은 다 자기 노력에 대한 댓가죠."대중문화 스타의 최대 산실인 서울예술대(구 서울예전)의 김효경(金孝經·58) 연극과 교수.

그는 매년 신입생이 들어오면 "나는 외부 단체의 공연을 한 해에 6∼7개씩 하는 연출자이다. 하지만 너희들을 키워 줄 능력은 없다. 기회만 제공할 뿐이고, 성공하고 말고는 본인의 노력과 능력에 달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혹독한 교육에 들어간다. 2년(2002년 입학생부터 3년제)은 길지 않은 시간이다. 김교수가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반짝 스타'가 아니라 '80세까지 활동할 수 있는 기초 튼튼한 연기자'다.

그는 그 유명한 '개그클럽'에 가입하는 학생들을 F학점을 주겠다며 탄압한 적이 있다.

"85년 교내에 개그클럽이 만들어진 후 눈에 띄는 학생은 방송국에서 바로 끌어가 졸업을 못하도록 만드는 데 교수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더라구요. 방송국을 고발하겠다고 펄펄 뛰었지요." 인기 개그맨 중 김진수는 휴학했다가 나중에 학업을 마쳤으나 신동엽 이휘재는 졸업장을 따지 못한 것이 아직도 못마땅한 표정이다.

"요즘은 선생보다 PD가 훨씬 힘이 센 시대니까요. 어린 나이에 몇 년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아 질질 우는 애들을 보면 참 안타까워요. 공부할 시기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오래 갈 수 있어요. 졸업하고 5∼6년은 되어야 제대로 연기가 나오는 건데."

그는 제자 중에 성공한 연예인이 많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요. 공연준비 하느라 거의 무대에서 살며 잠도 자지요. 교수들도 학생들과 똑 같은 작업복으로 뒹굴면서 때론 야단치고 때리기도 합니다. 아내도 나보고 아예 학교에 가서 살라고 할 정도예요.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열정이 생기고 꾼이 되는 겁니다."

그는 연기에 앞서 무대주변의 험한 일들을 중요시 한다. 청소와 망치질 등 세트작업을 하면서 무대에 애정이 생기고, 여러 사람의 노력을 알아야 무대에 서는 연기자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것.

김교수에게는 '망치의 전설'이 있다. 무대에서 연습을 하다가 망치고 톱이고 가릴 것 없이 학생들에게 마구 던져대 생긴 일화들이다. "조금만 더 하면 잘 할 수 있는데 포기하는 것을 보면 참지 못한다. 관심이 있으니까 때리게 되는 것 아니냐" 는 그의 주장대로 학생들 사이에는 "김효경교수에게 얻어 맞으면 성공한다"게 정설이 되었다.

그 폭력성(?)은 일찍이 대학생때 생겨났다. 서울중 재학때 당수도 대련을 하다 척추 뼈 4개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어 2년을 휴학하고 뒤늦게 서울고를 거쳐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명문고의 우수한 학생이 '미친 놈' 소리를 들으며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것은 병상에 있으면서 영화에 빠진 게 이유였다. 또 바이올린을 하는 누나의 영향으로 음악, 특히 영화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재학중에 베트남전이 일어났다. 척추 부상 때문에 병역면제 대상이었지만 베트남전에 참여하고 싶어 66년에 어렵게 입대, 1년 후 뜻을 이루었다. 하지만 시기가 늦어 '열세 상황의 전투'를 경험 못하고 우세한 전투밖에 할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아쉬움. 69년 제대하고는 새로운 길을 찾고 싶어 택시를 사 운전을 하고, 스웨터 장사도 해보다가 모두 잘 안 맞아 복학을 결정했다. 그러나 학교는 도무지 공부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결국 나이 든 복학생으로서 공부를 하기 위해 규율을 잡다 보니 이때부터 무대 세트작업 중 연장을 던지는 버릇이 생겨났다.

73년 졸업후 연극과 조교를 거쳐 77년 서울예전에 시간강사로 들어가고, 바로 다음해 전임강사가 되는 등 그는 연극계에서 인정을 받아 순탄한 길을 달렸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친 것보다 야단 친 기억이 더 많다. 동국대 조교때는 무대 일 잘하고 성격이 부드러운 강석우를 꽤나 볶아댔다. 연기력이 떨어졌기 때문. 아버지(이예춘)의 길을 따르지 않고 부산에서 가수로 데뷔했던 이덕화는 서울에 왔다가 잡혀 혼이 났다. 특히 영화배우 2세들과의 인연이 많았다. 최민수는 지금도 생일이면 연락이 와 고기를 대접하는 제자. 실제는 천진하고, 악의 없고, 스타가 되어서도 옛날이나 한결 같은 매력있는 성격이지만 서울예전에 입학했을 때는 검은 작업복 차림과 심각한 얼굴에 항상 헤드폰을 끼고 땅만 보고 다니는 불만에 찬 모습이었다.

학교에 찾아 와 아들을 잡아 달라는 어머니(강효실)의 부탁을 받고 벤치로 가서 만난 최민수는 "세상 소리가 듣기 싫다"면서 5분만 들으면 기진맥진 할 것 같은 헤비메탈을 듣고 있었다.

김교수는 음악을 함께 들으며 꽁꽁 닫힌 마음의 문을 열었고 연기뿐 아니라 노래도 잘 하는 그의 능력을 살려 87년에는 뮤지컬 피핀의 주인공으로 발탁했으며 재작년 스팅 공연때도 주인공을 맡겼다.

허준호는 무용과 학생. 그러나 아버지(허장강)의 길을 따르라며 졸업후 연극과에 편입시키고 89년 뮤지컬 캣츠의 국내 초연때 주인공을 맡겼다. 그는 수줍음 많으면서 마음이 섬세하고 따뜻해 유난히 정이 가는 제자였다. 골육종을 앓던 김교수 어린 아들의 마지막 소원이 '헤드가 2개 있는 전자기타를 가져 보는 것' 이지만 국내에서 구할 수 없다는 말을 전해 들은 허준호는 소리없이 일본으로 날아갔다가 발인 전날 기타를 들고 나타나 아버지와 함께 울면서 무덤에 넣어 준 일이 있다.

개그 스타들이 연예계에 쏟아진 것은 85년 표인봉 김정균이 주축이 돼 개그클럽을 만들면서부터.

전창걸 홍록기 신동엽 이휘재 김진수 등 멤버들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개그무대를 장악했다.

김교수는 80년대 말 군예술단의 연출을 맡는 것을 계기로 홍록기를 3군 예술단 MC로 추천하고, 외부의 뮤지컬 공연 연출을 하며 영화 TV에서 활동중인 제자들을 불러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사후관리에도 신경을 끊지 않고 있다. 학생시절 외부공연 박씨전의 단역으로도 출연시켰던 안재욱에게는 지금도 TV 모니터를 하며 조언을 계속중.

김교수는 스타가 되려면 천부적인 재질보다 후천적인 노력과 근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공연시작 15분전이면 기도하는 자세로 혼자 마지막 연습을 하는 정동환씨같은 노력하는 배우를 연기자의 표상으로 내세운다.

/유석근 편집위원 sky@hk.co.kr

● 프로필

1945년 서울생

서울고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

베트남전 참전

1978년∼현재 서울예전 연극학과 전임강사,교수

연출작품

뮤지컬 '캣츠'(극단 대중), '거북선아 돌아라' '아큐정전'(국립극단) '박씨전' '심청전' '수궁가'(국립창극단) '바리' '그 날이 오면' '님을 찾는 하늘 소리'(서울예술단)등 다수.

■ 표인봉이 말하는 김교수

우리 동문들이 연기, 춤, 노래 등 다방면의 재능을 갖고 드라마 영화 뮤지컬 개그무대를 넘나들며 활동 할 수 있는 것은 탄탄한 기본기를 강조하신 김효경 교수님의 영향이 컸다.

교수님은 성격이 급한 불도저이셨다. 툭하면 "이 놈들 다 모여" 하고 벌을 주시는 교수님은 오히려 무서운 큰형에 가까웠다.

2년동안 연기자로서 필요한 모든 부분의 기본을 익히고, 특히 직접 무대장치를 하도록 하셨다.

교수님은 실무에 능해 세트 작업이 잘 안 되면 직접 톱과 망치를 들고, 타워에 올라가 조명도 만지실 정도였다. 톱질 못질은 목수 이상이라 학교 축제 중 한뼘이나 되는 대못을 세번 만에 박으면 상품을 주는 행사에서 왼손으로 혼자 성공하신 적이 있다.

교수님은 개그를 좋아하지 않으셨다. 테두리에 갇혀 연기의 폭이 좁아지고 생명이 길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뮤지컬 공연을 앞두고는 연기 보다는 춤과 노래가 근본이라며 죽도록 연습을 시키셨고, 그래서 우리 공연을 본 사람은 학생작품 같지가 않다고 놀라곤 했다. 나도 90년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무대 미술상을 받을 만큼 촉망받는 제자였는데 개그를 하다 보니 발목이 잡혔으나 95년 극단 예인을 만들고 지난해 뮤지컬 가스펠을 무대에 올렸다. 나도 대학원에 가 교수님처럼 연출을 공부할 계획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