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역시 프로그램으로 승부해야 합니다."고석만(高錫晩·55·사진) EBS 신임사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30일 가진 기자간담회 내내 강조한 말이다. 그는 "재원 확보 등 시급한 현안이 많지만 우선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둬 국민에게 사랑 받고, 감동을 주는 방송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정치적 성향이 강하고 교육 전문가가 아니어서 부담이 크지 않나.
"EBS는 정치적 성향이나 역량 등이 작용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공부는 잘 못했지만 교육의 원리는 잘 이해하고 있다. 교육의 현실과 구조적 모순을 직접적으로 고발하고 비판하기보다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 미래지향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재원 확보 문제가 가장 시급하지 않나.
"물론 그렇다. 현재 EBS에 TV 수신료의 3%가 배정되고 있는데 부적절하다. KBS 사장 등 관련 당사자를 만나 협의하고 방송발전기금, 정부 지원 예산 등을 늘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겠다. 그러나 이런 노력과 병행해, 아니 그에 앞서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 국민이 EBS라면 시청료를 내고 싶다고 생각하도록 만들겠다."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우선 현재 전체 예산에서 44%(간접비용 포함) 가량을 차지하는 프로그램 제작비 비중을 최대한 늘리겠다. 그러나 많은 제작비가 바로 좋은 프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과 교재, 시청자 서비스 등 방송 전반에 걸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제작에 반영하겠다. 제작진이 시청률에만 연연하지 않도록 시청률 조사표를 사내에 절대 배포하지 말도록 했다. 또 일선 제작진에 대해 성과급 제도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역삼각형 인력 분포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간부급에는 55세를 정점으로 하는 '임금 피크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시청률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 않나.
"시청률을 '관리용 칼'로 쓰지 않겠다는 뜻이다. 매체가 다양해지면 프로그램도 다양해져야 하는데 한국의 방송은 거꾸로 획일적으로 되어 가는 악습을 되풀이해 왔다. 바로 시청률 지상주의 때문이다. EBS는 달라야 하지 않겠나."
―현재 EBS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유아교육과 다큐멘터리, 외화 등 대표 프로그램군은 질이나 인지도, 접촉도가 매우 높다. 이런 강점을 살려 지상파 등 다른 방송에서는 하지 않는, 그러나 누군가는 꼭 해야 할 프로그램을 모두 찾아내 만들겠다. 그것이 EBS의 살 길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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