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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 양평군 가현리 마을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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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 양평군 가현리 마을숲

입력
2003.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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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군 가현리에는 다른 마을과 달리 특이한 마을숲이 있다. 보통 마을숲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하층에는 나무가 없고, 죽은 나무는 잘라내어 깨끗하게 관리하기 마련이다.그런데 이 숲은 방치된 채로 숲 바닥에 하층식생이 번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썩고 있는 고목들도 눈에 자주 띈다. 마을숲은 마을사람들과 호흡을 같이해야 한다. 그러나 깨끗하게 정비된 마을숲보다 이런 숲이 자연적으로는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다.

양평읍 원덕리는 마을숲을 거의 다 잘라내고 마을공원을 만들었다. 공원의 꽃밭은 아름답지만 숲의 어울림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한 시대의 필요성에 따라 조성된 마을숲을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보존일까, 이용일까, 차라리 재창조일까. 아직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연구가 깊지 못하다.

마을숲은 선조들의 지혜에 대한 교육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 숲에 있는 상수리나무는 대부분 허리가 굵고 그 중간이 헐어 있다. 옛날 선조들이 먹을 것이 없어 도토리라도 따먹기 위해 큰 돌로 나무의 허리를 친 자리에 상처가 덧나서 부풀어 오른 것이다. 도토리가 익을 동안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수없이 얻어맞고, 해마다 이런 일을 반복해서 당했으니 상처투성이 배불뚝이 신세를 면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세월이 흘러 나름대로 균형을 잡고 있는 모습은 때로는 추억어린 슬픔으로, 때로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숲은 원래 마을 앞을 지나는 하천의 범람과 강바람을 막고, 마을 뒷산 계곡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과 토사를 차단하기 위해 조성된 것으로, 마을을 꼢자 형으로 감싸고 있다. 숲의 폭이 넓고, 길이도 길어서 숲 속 일부에는 등선각(登仙閣)과 같은 정자와 평행봉, 철봉 등과 같은 체력단련 시설이 다양하게 설치되어 있지만, 대부분 자연 상태로 남아 있어 하층 식생이 번성하고, 죽은 나무도 방치되어 있다.

여기에는 상수리나무를 위주로 갈참나무, 굴참나무, 소나무, 젓나무, 귀룽나무 등이 저마다 수형을 뽐내며 어울려 있는데, 다른 나무는 모두 춤을 추듯이 곡선미를 자랑하고 있지만, 젓나무는 홀로 곧아 수직으로 하늘을 찌르고 있다. 숲 바닥에 자연적으로 많은 식생이 자라고 있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숲의 입구에는 마을 사람들이 잣나무를 심어서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이 숲을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다. 양평에서 횡성으로 가는 6번 국도를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청운면 경계를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편 멀리 뒷산을 배경으로 울창하게 뻗은 숲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면 뒷산의 위세에 조금도 지지 않고 위용을 자랑하며 앞에 있는 하천에 어리는 모습이 절경을 연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6번 국도가 2차선으로 되어 있어 흑천을 건너 바로 숲으로 꺾어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4차선으로 확장되어 있어서 용두리로 가는 표시판을 따라 길을 내려가서 숲이 보이는 쪽으로 몇 번 구비를 틀면 도착할 수 있다. 이런 숲에서는 마을 노인을 만나는 것이 제격이다.

마을 노인은 숲의 내력을 설명하다가 "마을 아이들은 집에서 컴퓨터 오락한다고 숲속 놀이터를 거의 이용하지 않아 여름철 관광객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고 아쉬워하였다. 차라리 원덕마을이 나을까? 가는 것은 가는 대로 놔두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러나 숲을 조성하는 데는 많은 세월이 걸린다. 우리들이 잘못 판단하여 후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한번 파괴된 숲을 회복하는데 장구한 세월이 걸리는 것을 생각할 때, 이대로 방관할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할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신 준 환 임업연구원 박사

kecology@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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