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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 후끈 데운 문학과 음악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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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 후끈 데운 문학과 음악의 만남

입력
2003.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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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것들의 모음인 역사와 개인적 체험을 글로 교직해 큰 울림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황석영 선생님입니다."시인 김갑수(44)씨의 소개로 황석영(60)씨가 무대로 나왔다. 소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들뜬 박수로 그를 맞았다. "소극장 무대에 서기는 몇 십년 만입니다. 본래 무대 체질인데 먹고 살려고 소설 쓰다 보니 무대에 서질 못했어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한국민족음악인협회(회장 오용록)가 주최하는 'BOOK & SONG 콘서트' 첫번째 초대 손님이다. 28일 저녁 7시30분 서울 서교동 떼아뜨르추 소극장에서 열린 '문학과 음악의 만남'은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역사소설 '장길산'을 중학생 아들에게 대물림해 읽힌다는 독자, '삼포 가는 길'을 다섯 번 읽고 필사까지 했다는 독자….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문학 이야기에 이들의 귀가 쫑긋해졌다. "방북 사건으로 망명하고, 감옥에 갇히는 바람에 10여 년 동안 작품 활동을 못했지요. 그런데 그런 체험이 생산의 동력이 됐습니다. 전에는 써야 할 것, 쓰지 말아야 할 것을 갈랐지만 이제는 삶의 다양한 모습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됐지요."

장편 '오래된 정원'의 인상적 장면을 배우들이 연기하는 촌극이 펼쳐졌다. 가수이자 작곡가인 김현성씨는 '오래된 정원'을 읽고 노래로 만들어 불렀다. 멜로디에 실린 문학의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오래된 정원에 다시 꽃피는데/ 그때의 사랑은 어디 갔을까/ 꽃은 꽃을 닮고 풀잎은 바람을 닮고/ 사랑은 무엇을 닮을까'라는 노랫말은 소설의 애틋한 감성을 전해주었다. 황석영씨는 "역사가, 거대서사가 주인공이었던 20세기에 지극히 사적인 남녀의 사랑을 통해 시대를 비춰보고 싶었던 게 '오래된 정원'의 모티프였다"면서 "말하자면 내 작품의 한 특징인 남성적 글쓰기 대신에 마음 속의 '세수 안 한 사슴'을 불러낸 셈"이라고 웃었다.

이날 작가와의 대화는 진지했다. 작가는 "생선이 한쪽만 구워져 다 타게 됐다가 뒤집혀 다른 한쪽도 구워지기 시작했다"고 노무현 대통령 정권의 성격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후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대포 위에서 잠을 잔 것과 다름없었다. 전쟁은 언제나 가까이 있었고 이제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아닌, 자유가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BOOK & SONG'콘서트는 8월25일 저녁 7시30분 떼아뜨르추 소극장에서 열리며 초대 손님은 시인 정호승씨다.

/글·사진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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