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치아 건강을 오복(五福)의 하나로 여겼다. 이는 치아가 건강하지 못해 고통받은 선조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신체의 어느 부위의 상처가 아프지 않으랴만 이가 아파 겪는 고통은 유별나다.세계적 의학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치과 질환으로 가장 많이 고통받는 계층의 하나가 장애아동이다. 어린이는 단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부모의 세심한 지도가 중요한데, 장애아동은 비(非)장애아동과 달리 자기표현 능력이 부족해 부모들이 치과 질환을 미리 발견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질환이 방치되고 종국에는 중증으로 발전해 치료가 어렵게 된다.
치과계는 이같은 장애아동들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쏟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장애인 돕기 사랑의 스케일링 행사, 구강용품 증정 등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특히 고유의 고속 진동과 진폭으로 인해 발생하는 음파로 칫솔모가 닿지 않는 부분의 플라그까지 제거할 수 있는 음파 칫솔은 칫솔질이 힘든 장애 아동에게 제공된다면 많은 이점을 줄 수 있어 예산이 허락된다면 되도록 많이 공급하고 싶은 것이 개인적인 욕심이다.
그렇지만 치과계 차원에서 장애 아동들에게 이같은 고가의 제품을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지난 2000년 국회를 통과한 구강보건법은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 구강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총칙, 구강보건사업 계획수립, 학교구강보건사업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시행령이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고 있다 보니 장애아동에 대한 실질적인 의료지원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국이 시행령을 마련한다면 장애 아동들에게 음파 칫솔을 보급하는 사업이 원활해질 것이다. 법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이 없다는 것은 당국의 성의 부족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당국은 선진국처럼 장애인을 비롯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구강진료 및 예방관리, 방문진료 시스템을 갖춘 구강검진센터 등을 마련하기 바란다.
장애 아동의 구강건강문제 해결은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에서 시작된다. 단순한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정부가 관심을 가져 장애 아동들이 치아질환으로 고통받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 수 구 서울시치과의사회장 스마일복지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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